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라Lee Sep 27. 2024

안녕?

갑작스런 인사에 꾸벅

손 흔들게 되는 건 무슨 염치냐

조금 더 아니라고 튕겨도 될 것을


두루뭉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리슬쩍 넘어가려 하니

네가 그렇게 사람 좋은 줄

마구 행동하는 거 아니겠니


그래도 좋다고 오는데

반기지 않고 배긴다면

그 또한 예의가 아닌 것을


붉게 빛날 다섯 개와 노랗게 환할 반달이와

하늘거릴 자줏빛 여인과 툭 떨궈질 갈색 무리들이

기다려진다면 진심을 알아줄 테지


웃음이 나서 혼났다

하루새에 표정이 변해도 되는 거냐고

뭐라도 씌인 거냐고

웃다가 어안이 벙벙해 멍했다가


그래 주소는 잘 찾아왔는데

한 달간 애태운 건 많이 잘못한 거야

기다리다 소쿠리에 밤알 한 톨을 담지 못했잖아

꿈을 꾸지 못할 뻔했거든


사과는 하지 않아도 돼

돌아온 것도 반가운 일인데

미안함까지는 바라지도 않거니와

발끝 부딪히며 고개 숙일 것도 없다는 걸 기억하길 바라


먼저 반가이 인사하지 못한 건 실수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엉뚱하니까

우리는 둘 다 잘못한 걸로 인정하자


앞으로는 어떤 걸 보여줄 거야

초록색과 빨간색이 거리를 덮기 전에

조금은 서둘러야 할 거야

시간이 조금 부족해

지각한 탓이니까


그래도 영특하게 보내자

농축한 에센스처럼 진하고 밀도 있게 후회 없이

파랗게 질려버린 하늘과 함께하자고

나중에 에이 그럴걸 하는 소리 없기로해


사과를 따서 먹어보니 어때?

전어를 먹으니 집에 가고 싶어?

휘리릭 넘기는 종이책이 잘 들어와?

그때 못 주웠던 밤은 실하고?


궁금증 많은 거 어떻게 알았는지

줄줄이 답을 메모해 온 거 참 기특하네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느라 꾸물댄 거면

칭찬해야 하는 거였네 내가 몰랐네


가을이야

진짜 가을

네가 오니까

모두가 이렇게 웃는다

저기 저 노랗게 흔들리는 해바라기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