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서 오는 그곳 어디께 서있다 바라본다
머금다 사라지는 안갯속 고불거리는 길을 지나다
언뜻 비쳐 보이는 그림자에 흠칫 놀라 가만가만 본다
아무 소리 없이 고요한데 무슨 연유인지 누가 있을 것만 같다
찾아본다 한들 찾아지지 않고
비워낸다 한들 비워내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 헤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생각하다
그래 그랬지 그랬었지 그랬겠지 이내 끄덕인다
잡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이 이제 빛을 내려나
켜지지 않는 렌턴을 들고 요리조리 살펴본다
부끄러워만 하던 조용했던 네가 넌지시 고개를 든다
내가 찾았던 건 다른 누가 아닌 내 본모습이었나
숨기려 했던 조그마해진 나의 모든 것이
이제 살아나 큰 바다에서 유영하려는 몸짓에
그 펄럭임에
두려워진 마음 여미고 육지로 돌아갈까도 싶다
하지만 이젠 다르고 싶은 내가 있다
걸어간다 뚜벅이
뛰어간다 펄쩍이
날아간다 훨훨이
이 중에서 내가 가는 길
어디까지일지 아직은 몰라
가도 가도 끝이 없었으면
그래서 뒤를 안 봤으면
작고 작은 나의 꼬맹아 잘 가
이제 머뭇대는 뒷걸음질은 없을거니까
가다가 가다가 팔다리 시큰거릴 때쯤
별거 아니게 돌아보고 웃어봐
너의 진한 땀방울에 꽤나 개운해질 것이야
파도를 데려와 타고 가자, 힘차게
바로 그 아이가 진짜 너야
당차다 못해 무모하리만치 용감무쌍한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