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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Apr 09. 2024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너와의 두 번째 여행

작년에 난생처음으로 아이와 단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국내든 해외든 항상 남편과 셋이 동행을 했었는데 그땐 문득 둘이 다녀오고 싶단 생각에 무작정 비행기표를 예매해서는 2박 3일을 머물다 왔다. 아이는 이후로 종종 여행지의 곳곳을 떠올리며 정말 좋았다고, 짧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20박은 하고 온 것처럼 그때의 여운을 재잘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데리고 다닌 보람도 느꼈고 외국에서 모녀 단둘이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더 돈독해진 계기도 되었던, 좋은 기억들이 많아 이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둘이 꼭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올해 초, 다시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결심을 하고 나니 검지 손가락은 이미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비행기표를 부지런히 검색해 결제버튼을 누르기 직전이었다. 아차차, 한 번만 더 생각하자. 학기 초인데 그것도 중등을 앞둔 6학년인데 학교와 학원을 빠지면서까지 굳이 여행을 떠날 일인가? 다녀와서 숙제에, 보강에 밀린 과제들을 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이가 간다고 해도 말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어미가 앞장서서 놀러 가자고 하다 지금 제정신인가? 왠지 작년에 별생각 없이 표를 예매하던 수월한 마음과는 다른 부담감으로 순간, 추진력에 급브레이크가 걸려버렸다.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에 결제 버튼 누르기를 주저하다 앱을 닫아버렸다. 조금만 더 냉정해지자. 작년에 아무리 좋았어도 가까운 나라였잖냐. 그땐 짧은 기간이었고 처음이라 멋도 모르고 다녀온 거  아닌가. 생각을 하자, 좀. 이 저지르기 대마왕아.


신중한 사람이 되고픈 마음에 고심하는 척하다가 1주일 후 결제버튼을 눌러버렸다. 결국 저질렀다. 이제 뭐 어쩔 것이여. 간다, 떠난다. 고고고.


아이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우리 4월에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난다고. 작년처럼 재밌게 보내고 오자고, 아니 더 즐겁게 보내고 오자고. 급작스러운 여행 소식에 놀란  아이는 정말 자기가 가보고 싶던 곳을 진짜 가는 거냐며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극도로 설레고 기분이 좋으면 나타나는 반응인데 정확히 포착되었네. 너 무지 신나는구나. 그래, 네가 좋음 됐다. 엄마는 여행 다녀와 몸살 한 번 크게 나지, 뭐. 너의 즐거움을 위해 엄마가 가이드로서 최선을 다해보련다. 이제 복잡한 생각일랑 다 잊자꾸나. 여행은 모름지기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러 가는 것 아니겠니. 모든 걱정과 시름은 이곳에 훌훌 털어버리고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자.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베프대신 이젠 내 아이와 그곳을 다시 찾게 되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친구와 다니던 곳들도 가게 될 텐데 순간순간 울컥할 것 같아 벌써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어 그 마음 고이 담아 보고픈 친구에게 편지도 써봐야겠다. 그녀의 영혼은 여전히 나와 함께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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