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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의 불량이 Nov 02. 2023

어리지만 더 어린 아들의 여자 (2)

청소년의 이성교제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상담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처음 겪는 일이라 난감하다. “얘기 들으셨죠? 아이들 신체접촉이 너무 과해요, 아무도 없는 교실로 들어가서 몇 차례 주의를 주고 야단을 쳤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됐습니다. 이제 방학을 하니 집에서 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남학생들은 뜻하지 않게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각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마치 우리 아이가 문제아가 된 듯했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선생님과의 상담은 이후에 다시 언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학교가 완벽하게 준비되진 않았고, 나중에 선생님도 사과를 하시고 좀 더 디테일한 학교의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기로 이야기되었으니 잘 마무리되었다. 

 집에 와서는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고민이 많아졌다. 우선 방학했으니 같이 있지 않아 더 진행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바뀌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학교 입학 전부터 나름 성교육을 시킨다고 몇 개의 책을 읽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성교육은 아닌 것인가? 이제 어쩌지? 

   

 아내와 먼저 이야기를 하고 계획을 세웠다. 우선 조금 더 심화된 성교육이 필요했기에 세 가지 정도의 실행 계획을 세웠다. 

1) 아빠와 이성교제와 청소년 성에 관한 책을 같이 읽고 대화하자.

2) 외부의 교육 일정을 잡아서 듣도록 하자.

3) 아빠와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엄마와의 성교육도 해보자.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교육의 필요성에 동의를 하느냐와 달라지도록 노력하겠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동의했다.

 딱히 더 도움을 받을 곳을 찾지 못한 나는 다시 도서관에 갔다. 책을 한 아름 빌려 밤늦게까지 읽은 후 느낀 점이 있는데, 어느 하나 다름없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거나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것은 교육을 위한 교재 정도지 더도 덜도 아닌듯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교육은 될 것 같아서 몇 권을 읽게 했고, 한 권이 끝날 때마다 서로 읽은 내용을 기준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이에게 문제가 아니고 잘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너를 믿는다고 계속 이야기했으며 몇 차례 만남이 지날 무렵 대화하려는 나를 재재하며 아이가 자기가 적은 내용을 보여주며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책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자신이 배우고 느낀 것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차례차례 설명해 준다. 이런 거지 같은 책들을 읽고, 이렇게 훌륭한 배움을 얻다니 감탄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나와 아내도 아이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이번 기회에 느꼈다. 청소년의 性에 관한 책이 생물학적이거나 문제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살피는 방법, 소통으로써의 신체접촉 방법, 아픔이 아닌 행복하게 관계가 지속되는데 초점을 맞추는 책을 꼭 써보리라.     

 방학기간 내내 아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다른 걸 하면서, 영상통화 안의 여친은 뭔가를 만들며 그저 자기들 일상을 하면서 영상통화를 이어가는 것 같았다. 새로운 세계였다. 어떤 때는 즐겁게 지내는가 하면 싸우기도 한다. 어느 날 영상통화로 우리를 비춰줘서 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을 무렵, 울산에 사는 여친이 1박 2일로 동탄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아이들의 시간 별 동선과 필요한 재원(먹을 것, 재울 곳, 놀 것 등)을 아내와 고민했다. 아이는 좋아라만 하는데 우리가 처음 소개팅 나가는 마냥 긴장을 했다. 

     여친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인사도 했지만 아내는 그 후에도 어머님과 몇 차례 통화를 하는 것 같았고 여친이 오기 전엔 조금 더 자주 연락했다.   

  

저녁식사로 초밥을 만들고 있다.

 아이는 여친과의 데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가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항상 간디학교 아이들을 볼 때면 느끼는 거지만 ‘참 잘 자랐고 밝다’ 낮에 카페로, PC방으로 데이트를 하고 나서 들어온 아이들에게 서툴지만 초밥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저녁엔 작은 카페에서 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도 같이 듣고 오는 길엔 둘이 손을 꼭 붙들고 걷는다. “땀띠 나겠다 이놈들아” 하고 장난치듯 이야기하면 배시시 웃는다. 밤엔 고스톱도 쳤다. 물론 두 녀석 모두 아내와 나의 작전이 아니었으면 몇 판 만에 다 잃었겠지만, 우린 둘의 데이트 비용을 위해 손모가지 날아갈 위험한 장난질을 했다.

데이트 비용을 벌고 있는 아들과 여친

  여자친구가 내려간 뒤 아이도 3주 후에 울산에 내려가서 2박 3일을 지내고 왔다. 올라올 때 여친과 여동생 그리고 어머님 깨서 챙겨준 작은 소품들을 잔뜩 들고 왔다. 여친보다 여동생이 아이가 올라가는 걸 더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번엔 아이들에 대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어머님 간에도 많은 통화는 없었던 것 같다. 방학 중에 계속 작은 과자며, 직접 만든 소품들이 오가며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영상통화를 하고, 가끔 우리의 안부도 물어준다. 요즘 말로 개 부럽다. 이후의 진행 이야기는 아이의 영역이 될 것 같고, 다음에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난 다시 태어나면 꼭 우리 아이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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