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소통을 하고 싶다.
이유식매장을 운영하는 우리 부부의 주 고객층은 아이의 부모다.
물론 정확히 말해서는 영유아라고 해야 한다. 영유아를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지만 실질적인 상담과 주문을 하는 것은 대부분 아이의 엄마다.
육아대디가 늘고 육아에 적극동참하는 아빠들이 많아진 요즘에는 10명 중 3명은 아빠이기도 하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 시간 에너지 배움을 아끼지 않는 요즘부모와의 상담을 시작으로 손님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물론 상담 없이 주문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제 막 부모가 되어 6개월이 된 아이를 안고 이유식에 대한 불안과 초조 걱정에 찬 얼굴로 상담을 시작한다.
간혹 설렌다는 표현을 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있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9년 전과 달라진 것은 확연히 있다.
"첫 애라 아무것도 몰라요" "큰애 때 어떻게 먹였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순서는 알아서 해주시나요?"
"어떻게 먹여야 하죠?" "언제부터 하루에 두 번 먹여요?" "분유 와 이유식 양조절은 어떻게 해요?"
의존형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엄마아빠들은 이유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사전조사를 상당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우 함량은 어떻게 되나요?" "분리수유를 어떻게 권장하시나요?" "단백질함량을 알고 싶어요"
"조리도구는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알레르기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해 주시나요?"
이전과는 다르게 이유식에 대한 사전적 인조사를 맞친후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상담을 시작한다.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물론 구체적인 질문이 답변하기 쉽지만 전투적으로까지 보이는 부모들을 보면 무섭기도 하다. 맘카페를 검색 후 우리 매장을 알게 되었거나 지인들의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아 호의적이기는 하나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 부모들을 대면할 때면 나 역시 긴장이 된다.
나와 나의 고객인 영유아 사이에는 늘 보호자가 존재한다.
이유식을 먹이는 약 10개월간의 기간 동안 중요한 것은 이유식의 지식보다 내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며 내 아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소화력이나 음식물을 씹는 능력등 아이의 발달상황에 맞춰 이유식을 진행해야 하는데 파워블로거 또는 인플루언서들의 아이의 이유식진행상황을 따라 하기에 급급한 경우가 너무도 많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를 기준으로 세워두고 스케줄대로 쫓아가지 못하면 몹시 불안해한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에서 제발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학부모가 되어 수없이 다른 아이와 비교선상에 내 아이를 두고 볼 텐데 이제 막 태어나 돌도 안된 아가들을 두고도 비교를 하는 부모를 보면 매우 안타깝다.
"조리원동기 아이는 알갱이를 삼키는데 왜 우리 아이는 못 삼키는 건가요?" "내일이 생후 300일 되는데 내일아침부터 후기이유식으로 변경하면 되나요?" "이제 분유는 하루에 650ml만 먹이면 되나요?
가끔 엄마들의 질문을 보면 아이라는 로봇에 기름을 주유하듯 분유와 이유식을 채워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300일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중기이유식을 하루에 두 번 먹던 아이에게 알갱이가 커진 후기이유식으로 3번 먹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들을 보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생후 299일이었던 아이가 자고 일어나 하루가 지났다고 생후 300일이 되었으니 그렇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렇게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두고 아이가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걱정하는 엄마들을 앞에 두고 침착한 척 의문의 표정을 내색하지 않는 것이 힘들다.
성인도 하루 두 끼를 먹다가 하루아침에 세끼를 먹고 심지어 이전보다 양을 늘려 먹으면 소화불량이 올 확률이 높지 않을까?
낮아진 출산율로 인해 아이가 한둘밖에 되지 않아 아이에게 많은 열정을 쏟아부울 각오가 되어있는 부모가 상당히 많다. 나 역시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아이의 이유식을 먹이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유식 매장을 운영하기 전 같은 개월수의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아이엄마들과 외출 후 동시에 앉아 이유식을 먹일 때의 일이다.
수저로 한입씩 떠서 입에 넣어주면 꿀떡꿀떡 잘 삼키는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이는 분유를 타기 위해 가져온 보온병의 물을 조금 넣어 부드럽게 해 줘야 잘 먹었다. 그때 한 친구가 "희찬이는 아직 물을 넣어줘야 잘 먹어? 우리 종호는 벌써 맨밥도 그냥 먹어"라는 한마디는 왠지 모르게 우리 아이의 발달이 뒤처져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친구들은 모두 재료값만 받고 내가 만들어준 이유식을 먹였기에 비교하기에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았다. 그 이후에도 한 달간은 우리 아이는 수분감이 있는 이유식을 더 잘 먹었고 다른 아이들은 진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만약 그 아이들처럼 먹이겠다며 물을 넣어주지 않았다면 희찬이는 먹기 싫다고 뱉어내었거나 변비 또는 소화불량으로 이유식 거부가 왔으리라.
"저희 아이 이제 돌인데 아직도 후기를 잘 먹어요. 문화센터에서 보니까 다들 완료기 먹던데 단계를 올려야 하나요??"
나의 대답은 9년째 같은 답변이다.
"후기이유식 먹이셔도 됩니다^^ 아이가 잘 먹으면 먹이세요. 나중에 밥 못 먹는 아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밥을 먹여도 되는 시기이기에 진밥을 한 번씩 시도해 주는 것은 좋습니다."
내가 만든 이유식을 먹는 아가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가들아. 맛은 어떠니?
죽으로 먹는 게 속이 더 편안하니?
이제 진밥이 먹고 싶니? 아니면 맨밥도 소화할 수 있겠니?
이제 엄마아빠가 먹는 밥이 먹고 싶어?
오늘은 걸음마연습을 많이 해서 배가 고프구나?
낯선 맛이어서 뱉어낸 거니?
이유식을 먹이는 양육자들은 다른 아이가 아니라 끊임없이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유식을 먹는 시간이 아이에게 있어서는 먹는 즐거움과 새로운 음식에 대한 탐색의 시간이 되고
양육자에게는 아이의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자 아이의 먹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길 바란다.
9년전 이유식을 더 달라고 횡포를 부리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