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깨가루 Jul 21. 2024

[경남 서부] 뜨거운 여름, 지리산과 남해를 바라보며

경남 지역은 높고 낮은 산들이 많이 있고, 그 사이를 황강(합천), 남강(진주), 밀양강(밀양), 낙동강 등 여러 강들이 흘러간다. 강물이 흘러가면서 침식, 퇴적 작용을 통해 사람이 살기 좋은 평탄한 땅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남 지역은 크게 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서부 지역은 진주를 필두로 함양, 산청, 하동, 거창, 합천, 의령, 사천, 고성, 남해가 있고, 동부 지역은 창원을 필두로 함안, 창녕, 밀양, 양산, 김해, 통영, 거제가 있다. 각 지역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지역 고유의 특징을 통해 각 지역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토지리정보원의 백지도를 활용하여 재편집한 경남 서부 일대


경남 서부 지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리산과 섬진강이다. 지리산은 전남, 전북, 경남 지역의 경계에 걸쳐있는 규모가 큰 흙산이다. 흙산은 기반암이 편마암(변성암)인 곳에 있는 산으로 돌산(화강암 기반암)보다 식생이 풍성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지리산에 걸쳐있는 경남의 함양, 산청, 하동은 산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산삼, 더덕 등 임산물과 녹차가 유명하다. 그리고 하동은 섬진강을 중심으로 전남 구례와 맞닿아 있다. 섬진강이 남해로 빠져나가는 이 지역은 예로부터 화개장터를 중심으로 상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었다. 지금은 벚꽃길, 주변의 쌍계사와 함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섬진강에서 많이 잡히는 참게, 재첩, 은어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도 하동 남쪽에는 하동화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어 하동, 광양을 포함한 남부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지리산 위쪽으로 시선을 틀면 또 다른 커다란 산인 덕유산(지리산 북쪽)과 가야산(지리산 북동쪽, 덕유산 동쪽)을 볼 수 있다. 기반암으로 봤을 때 덕유산은 흙산(편마암)에, 가야산은 돌산(화강암)에 가깝다. 어찌 됐든 이 거대한 산들 사이에 위치한 곳이 바로 거창이다. 거창은 내륙 산간 지역인 만큼 일교차가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거창 분지로서, 침식 분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거창 일대는 편마암체와 화강암체가 섞여 있어 지질 구조가 복잡한 편인데, 이러한 특징이 침식 분지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침식 분지란 편마암체를 기반암으로 하는 곳에 화강암이 뚫고 관입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화강암은 빠르게 풍화, 침식되지만 주변의 편마암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풍화, 침식되면서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이는 지형이다. 따라서 화강암이 관입한 군데군데 크고 작은 분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가야산은 해인사를 품은 산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합천에 위치한 해인사는 신라 말기에 창건된 사찰로, 3보 사찰(양산 통도사-"불", 합천 해인사-"법", 순천 송광사-"승")에 속한다. 그리고 고려 시대에 몽골의 침략을 불교의 힘을 빌려 극복하고자 강화도에서 제작되어 옮겨온 팔만대장경, 이를 보관하기 위해 조선 시대에 지은 장경판전이 유명하다.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장경판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합천은 초계 분지로도 유명하다. 초계 분지는 합천군 적중면과 초계면에 걸친 분지 지형인데 초계 분지의 형성 과정과 관련하여 차별침식설과 운석충돌설이 대립되고 있다. 최근 여러 논쟁을 거치면서 신생대 제4기에 운석이 충돌하여 형성되었다는 운석충돌설이 강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화강암이 관입한 중생대와 신생대 사이에 발생한 지형학적 과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추후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합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남강이 흐르는 진주를 볼 수 있다. 진주는 경상국립대, 진주교육대 등 많은 대학교가 있고, 고등학교 수도 많아 예로부터 교육 도시로 유명하였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으나 최근 경남진주혁신도시, 항공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고 있다(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형성된 신도시이다). 한편 진주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흔적이 많은데 임진왜란 때 왜군 적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하였다는 논개, 진주성에서 김시민 장군이 군사 신호로 남강에 등불을 띄운 것에서 유래했다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유명하다.


진주 북서쪽에는 의령이 위치한다. 의령은 임진왜란 때 활약한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가 출생한 곳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팥소가 든 찹쌀떡을 망개(청미래덩굴)로 감싼 의령망개떡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진주 남서쪽에는 사천이 있다. 사천은 진주와 함께 항공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여 항공 관련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형학적으로 와룡산 서쪽에 위치한 사천선상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선상지는 하천이 산록경사와 평지가 만나는 경사급변점에서 유속이 느려지며 자갈이나 모래가 부채꼴 모양으로 퇴적되면서 형성된 지형이다. 한반도는 신생대 4기에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다양한 충적 지형(하천에 의한 퇴적 지형, 범람원과 자연제방이 유명함)이 발달된 곳들이 많은데, 사천선상지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지형학적, 기후학적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예로부터 사천 아래쪽에 위치한 삼천포가 독립된 "시"를 유지하면서 명성이 있었으나, 1995년 사천과 통합되었다. 과거 삼천포는 항구도시로 번성하였고, 수산업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있었던 곳이었다.


진주 남동쪽에는 고성이 위치한다. 고성은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면서 관광지로 발돋움하였다. 중생대 백악기 호수(습지)에 형성된 퇴적층인 경상분지(영남지역 일대에 넓게 분포함)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면서 공룡 세계 엑스포, 공룡박물관 등을 내세운 관광지가 조성되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주변에 창원, 거제가 가까이 있어 SK오션플랜트 등 조선 제조업체가 입지 하며, 진주와 사천과도 가까워 항공기 부품공장을 유치하기도 하는 등 제조업이 주산업이다. 또한 오뚜기, 사조산업의 참치캔 등 수산가공업도 입지 하고 있다. 수산가공업은 부패하기 쉬운 수산물을 빠른 시간 안에 다루기 위해 바다에 가까이 입지 할수록 좋다는 점에서 고성에서 전형적인 원료 지향형 산업의 유형을 볼 수 있다. 한편 고성에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름에서 생각할 수 있듯이 사천의 삼천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입지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남 서부지역의 가장 남쪽에 남해가 있다. 흔히 바다 남해와 혼동을 많이 하지만 기초자치단체로서 남해도 있다. 남해는 관광지로 유명한데 특히 쌍계사의 말사인 보리암이 유명하다. 보리암은 바다가 보이는 암자로 남해의 수려한 경치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가파른 산지를 활용하여 벼농사를 짓는 다랭이논, 자연환경을 활용한 마늘과 죽방멸치가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최근 굽네치킨에서 남해 마늘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하동과 고성 사이의 노량 앞바다(현재 노량대교가 위치한 곳)에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이 있었던 곳으로 그 의미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북, 대구] 소백산맥이 감싸고, 낙동강은 굽이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