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 지형 형성 작용, 매스 무브먼트
지리교육 전공자로서, 대학 시절 국내 답사를 많이 다녔다. 답사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지형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산지 지형, 평야 지형, 해안 지형뿐만 아니라 화산 지형, 카르스트 지형, 빙하 지형(함경북도 관모봉에 빙하지형 권곡이 있는데, 직접 갈 수는 없다)이 모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돈을 들여 외국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지형학 개념을 쉽게 공부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우리나라는 이론과 관찰을 통해 지형 형성 과정을 파악하기 정말 좋은 “지형의 박물관”인 것이다.
흔히 지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풍화 작용, 지형 형성 작용, 매스 무브먼트를 통해 설명한다. 풍화 작용이란 암석이 제자리에서 부서지는 것을 의미한다. 압력을 통해 부서지면 기계적(물리적) 풍화 작용, 암석 구성 성분의 변화가 발생하면 화학적 풍화 작용이라고 한다. 물리적 풍화 작용의 대표적인 예로 이질결정체의 성장이 있는데, 암석 틈에 물이 들어가 얼어 부피가 팽창하면서 암석이 부서지는 경우가 있다. 염류가 들어가 물을 흡수하여 팽창해 암석이 벌어져 부서지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암체가 압력이 높은 지하에 있다가 압력이 낮은 지표로 노출되면서 암체가 팽창하며 부서지는 것도 해당된다. 이때 만들어지는 절리(갈라진 틈)는 지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열에 의한 팽창과 수축(특히 건조 지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학적 풍화 작용에서는 산화작용이나 용해작용이 친숙하다. 산화작용은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작용인데, 지표에 노출된 철의 성분이 변화되는 경우가 있다. 용해작용은 물에 대상 물질이 녹는 작용인데,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물이 탄산칼슘으로 주로 구성된 석회암과 반응하여 석회암이 녹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염광물 등이 물과 반응하여 분해되는 가수분해, 물분자가 광물과 결합하는 수화작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을 읽다 보면 눈치챘겠지만, 물리적 풍화 작용과 화학적 풍화 작용은 서로 연관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질결정체인 염류가 물을 흡수하여 팽창해 암석이 부서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물을 흡수하여 팽창하는 건 화학적 풍화 작용(수화작용), 팽창한 염류의 압력으로 암석이 부서지는 건 물리적 풍화작용인 것이다. 설명을 위해 이론적, 개념적으로 구분한 것이지, 실제 현상에서는 같이 발생하고 있다.
지형 형성 작용은 크게 내적 작용, 외적 작용으로 구분된다. 내적 작용은 지구 내부의 힘에 의한 작용인데, 조륙 운동(융기, 침강), 조산 운동(습곡, 단층), 화산 활동이 있다. 조륙 운동은 넓은 범위의 대륙을 움직이는 운동이고, 조산 운동은 대륙보다는 작은 범위의 산맥을 형성하는 작용으로 비교할 수 있다. 외적 작용은 지구 외부의 태양에너지로 인한 작용인데, 유수(흐르는 물), 바람, 빙하, 바닷물의 흐름(파랑, 조류, 연안류 등)을 매개로 하는 침식, 운반, 퇴적 작용이 있다.
매스 무브먼트는 암석 등이 중력에 의해 사면을 따라 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매스 무브먼트는 눈으로 식별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식별되는 경우도 있다. 식별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가 토양포행, 솔리플럭션이다. 토양포행이란 사면 아래쪽에서 토양이 얼었다 녹으면서 혹은 물을 흡수했다가 건조되면서 팽창과 수축을 하면, 사면 위쪽의 토양이 사면을 따라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다. 솔리플럭션은 물을 흡수한 상태로 토양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운동이다. 얼음이 많이 섞여 있으면 젤리플럭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별되는 대표적인 경우로 토석류, 낙하, 슬라이스가 있다. 토석류는 물을 많이 함유하여 홍수처럼 빠르게 흘러내리는 운동이다. 암설이 중력 방향으로 떨어지는 낙하, 거대한 암체가 떨어지는 슬라이스 등도 있다.
풍화 작용과 지형 형성 작용, 매스 무브먼트를 잘 이해했다면, 이제 각종 지형을 자세히 알아볼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