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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May 21. 2024

나는 껍데기 엄마였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 흥민이의 축구는 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손흥민, 그의 것입니다."


손흥민이 이룬 많은 것들에 제가 숟가락을 얹는 건 아닐지 조심스럽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의 축구인생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을 읽었다.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겸손을 느낄 수 있는 문구였지만, 어찌 손흥민 선수의 축구인생에 손웅정을 빼고 말할 수 있을까? 손웅정 감독이 없었다면 손흥민 선수가 지금 세계의 축구장을 누비며 정상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손흥민 선수를 명품으로 키워낸 건 축구장인 손웅정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전 이후 한국은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경우의 수를 놓고 본다면 16강 진출은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선수들과 우리 국민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고 귀하고도 소중한 16강행 티켓을 얻어냈다. 저렇게 해내는구나,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는구나, 저게 바로 스포츠정신인가? 이를 계기로 오랜만에 축구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손흥민 선수와 아버지 손웅정 감독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고 역시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책이 나왔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버지 손웅정에 대해, 선수로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감독으로 더 재능을 보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손웅정감독은 자신의 과거를 두 아들에게도 잘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자서전도 같은 이 책을 읽으며 그의 감독 이전에 대단한 축구 선수였고, 어린 시절부터 반짝이던 보석이었던 것이다.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상무팀에서 활약하던 그 어느 순간에도 연습벌레, 숙소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별나게 열심히 하던 눈에 띄던 최고의 선수였다. 다만, 젊은 패기로 임했던 경기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선수생활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화려했을 손웅정 감독이지만, 그는 너무나 짧고 후회스러운 선수생활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고생이 마치 유세 떠는 것처럼 비칠까 조심스럽다고 했다. 더 힘들게 밥조차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원치 않은 삶을 사는 사람도 넘쳐났는데, 어쨌든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한다. 그의 글에서 겸손과 낮춤의 마음가짐이 잘 나타난다.


반대로 나는 어떠했는가. 7살 무렵, 가정의 형편상 피아노와 유치원 중 하나만 골라야 했던 나는 세계무대를 누빌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당당하게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반복되는 하농과 손가락이 끊어질 것 같은 옥타브를 연달아 치며 피아노에게 슬슬 멀어져 갔고 그만두고 싶은 핑계를 대학 교수님 과외와 손가락 찢는 수술을 안 해 준다는 것으로 포장을 했다.


1호가 2학년 때 놀이 삼아 야구를 시작했다. 시기가 절묘하게 야구 취미 학원에서 야구 선수를 키우는 야구부로 커져갔고, 1호는 자연스레 야구부에 들어가 선수가 되었다. 누구보다 작고, 2살 차이 동생보다 체력이 약한 녀석이 3년을 매일 6시간씩 훈련하며 제2의 오타니를 꿈꿨다. 그런 그에게 엄마도 학교 계주 선수였었다, 아빠도 체력장 1급이었다며 내밀기도 민망한 과거사를 들이밀며 그의 삶에 관여를 했고, 결국 부모의 선택으로 1호는 야구를 그만두었다.

 손웅정 감독의 책을 읽으며, 그가 우리 1호의 아빠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손웅정 감독이었다면 야구 선수를 시작조차 못하게 했을까, 아니면 아직까지 선수로 뛰게 해 주었을까 고민하며 미안함에 눈물짓는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손웅정 감독. 손웅정 책은 그런 그의 글답게 책에는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삶의 자세, 그리고 교육 철학들이 많이 녹여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한번 더 되새겨 보아야 중요한 가치, 철학들을 배우며 마음에 새겨본다.


1. 주도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자기가 선택해서 자기의 의지를 말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2. 기본기, 반복의 힘을 믿어라.

 -  위로 뻗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더 깊게 넓게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기본기다.


3.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 그리고 성장이다.

 -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주도적인 삶과 동시에 행복과도 연결된다. 매 순간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이다.


4. 성공은 선불이다.

- 미리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5. 감사와 겸손

-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고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정말 이렇게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사람으로 아이에게 비치길 바란다. 매일 아침마다 주도적으로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자, 감사와 성실 그리고 겸손함을 잃지 말자를 외치며 오늘부터라도 그의 철학이 나의 철학이 될 수 있게 몸에 베이도록 외치고 생각하고 행하려 노력하고 반복한다.


손웅정 감독은 책을 내며 자신의 이야기 속에 도움이 될 작은 건더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손웅정 책에는 작은 건더기라고 하기엔 너무 좋은 내용들이 많다. 운동하고 축구하는 시간을 빼고는 책을 읽는다는 손웅정 책 속에는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해, 축구 선수를 훈련시키는 것에 대해,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스스로의 경험과 책을 통해 익히고 다듬어진 그의 지혜와 철학들이 담겨 있다.


여러 가지로 배울게 많은 분이고, 열심히 자기 인생을 만들어 나가시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럽고 배우고 싶은 것은 나에게 가장 부족한 그 무언가에 대한 집념이다. 어떻게 축구만을 위해 이렇게나 모질게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을까? 그 집념, 그 축구 사랑이 있었기에 손웅정 감독이 해내지 못한 유럽 진출, 그리고 더 나은 성장들을 손흥민 선수가 이어받아 할 수 있었지 싶다.

 손웅정 감독은 유퀴즈에서 '손흥민은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언급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비록 손흥민 선수가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니고, '월드클래스로 가는 그 길목'에 있더라도 이런 멋진 아버지로부터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다행스럽다.


오늘도 수학 1페이지를 더 풀지, 덜 풀지에 대해 아들과 싸워댄 나를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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