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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Dec 12. 2023

까다로운 손님

내향인의 고군분투 카페탐방

친구들은 나에게 묻곤 한다.

00동 가는데 거기에 갈만한 카페가 있을까?



또는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네가 카페를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
왜냐면 실패한 적이 없거든.






  지도어플 속 위시리스트는 별 모양으로 표시되는데 내 지도에는 별이 넘쳐나는 은하수와 같다. 허나 카페라면 족족 다 찜하는 거냐 싶지만 그건 또 아니다. 이 별들은 나만의 기준을 나름대로 (어렵사리) 통과한 카페들이다.

  자칭 내향인인 나는 카페를 볼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여러 카페를 가 보고 알게 된 사실은 의외로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존재감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다녀올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최근 나름 유명하다는 카페를 갔는데 정말 사무적 일정도로 주문만 딱 받았다. 불친절하다는 게 아니다.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는 문제 될 소지가 1도 없었다. 물론 카페는 커피를 내어주는 공간이니까 주문만 제대로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카페에 갔을 땐 - 공감할지 모르겠으나 - 좀 더 복합적인 정신적(?) 서비스를 원한다.

  주문하시겠어요, 드시고 가시나요, 오천 원입니다,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카페라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단 몇 마디 대사로 나는 이 카페와 카페 주인장님과 나와의 삼각관계를 재확인한다. 주파수가 맞는지, 풍기는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결론적으로 ’내 마음이 편한가‘에 초점을 둔다. 정말 친절했고 커피 맛도 뛰어났지만 끌림이 없거나 케미가 일어나지 않았던 곳도 있다. 그러나 커피맛은 보통인데 전체적인 조합이 나와 톱니바퀴 굴러가듯 맞아떨어지면 나는 그곳을 줄곧 찾아간다. 그러다 보면 커피도 점점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해박한 지식도 없지만 나만의 기준은 정립할 수 있다. 어떤 날 카페를 운영하는 P가 그랬다. 커피의 맛은 천차만별이라고. 바리스타의 실력뿐만 아니라 그날의 날씨, 습도와 온도, 손님의 컨디션, 혹은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는지, 공간이 조용한지 왁자지껄 한 지에 따라 다 달라진다고. 그래서 그만큼 어렵다고. 운영자의 입장에선 난 까탈스러운 손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블록 건너 카페인 지금 시대에 단 한잔의 커피라도 좋은 에너지와 편안한 분위기가 담겨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나만의 작은 욕심을 부리고 싶다.



  

  오늘도 새로운 카페에 들렀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 동네의 소규모 카페였고 옹기종기 부대끼며 마시는 협소한 공간이었다. 단골 같아 보이는 손님 한 분이 어떤 박스를 꺼내더니 그곳엔 마카롱 한 다발이 들어있었다. 파리에서 아주 유명한 브랜드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한 곳이고, 한국에 이런 곳은 여기뿐이라며 일장연설을 하셨다. 다 같이 먹자고 얘기가 나왔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말 그대로 마카롱파티를 했다. 그분이 건네준 마카롱은 이가 찡하도록 달달했고 나의 기분과 당 수치는 스카이로켓처럼 치솟았다.



마카롱파티의 현장

  엉뚱하지만 유쾌한 순간이 무엇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떤 장면과 대화를 조우하게 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하며 오늘도 카페 위시리스트의 별들을 하나씩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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