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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Aug 19. 2024

네가 없는 곳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준비를 했어.

직장을 구하고 ,  당분간 비밀 유지를 부탁하며 사직서를 냈지.

살고 있던 집도 내놓았어.

그리고 새로운 직장이 있는 곳을 가서 살 집을 구했지.

그렇게 모든 것들이 차근차근 정리되어 갔어.

그리고 떠나기 전 날,  너희들을 만났어.


- 나 할 말이 있어.  나 다른 지역으로 가. 직장도 옮겼고, 집도 옮겼어.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급하게 진행된 거라.


너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어.

-어디...로...  가는데?

-여기보다 조금 더 먼 곳. 나중에 얘기할게.


너는 아무 말 없이 술잔만 만지작 거렸어.

-그럼 이게 마지막으로 만나는 거겠네

-아마. 그렇겠지.

아님... 가끔 내가 놀러 오든지, 너희가 오든지.


그때 내 표정이 어땠을까. 나는 지금도 궁금해.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거든.


..

나는 사실 너를 좋아했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네가 그녀의 남자였을 때부터였던 것 같아.

너는 언제부터 나를 좋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랬어.

그리고 난 네가 고백하던 그때도 널 좋아하고 있었어. 그래서 거절이 참 힘들었어.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 허해져.

외롭고 힘든 날에 네가 생각나. 애쓰지 않아도 떠올라. 문득문득.

근데, 이제는 너를 놓아주려고 해.

어느 하늘 아래서 누구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내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에 떠올렸던 너를.

너를.

이제는 완전히 놓아주려 해.

잘 살아. 어디서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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