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며 사라진 연결고리
어릴 적에는 나랑 친구들은 항상 함께였는데, 이제 그 시절 친구들은 모두 제 곁에서 사라졌어요.
이상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프진 않았어요. 어쩌면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중학교 시절엔 우리는 학교에서 내내 붙어 다녔고, 방과 후 매일 같은 길을 걷고, 학원도 다니고, pc방 노래방 당구장등 시간을 보냈었어요. 왜 우리는 멀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이유가 있더라고요.
누구는 이사를 가며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누구는 가치관이 달라서 거리를 두게 되었어요. 또 어떤 친구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빠졌고, 일 년에 한두 번 보던 것도 결국엔 사치로 느껴졌죠. 그리고 몇몇은, 학생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성인이 되고 나니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 두렵기도 했어요. 이들이 없으면 내 삶은 무너져 내릴 거야 무섭기도 했고요. 실제로 저는 혼자 밥을 먹는 것조차 22살 후반쯤이 되어서야 익숙해졌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어요.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돌이켜보면, 학교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진 순간부터 이런 변화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는 가치관이 달라도 같은 공간에서 매일 함께 지내야 하니 어찌 됐든 관계를 이어가게 되잖아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죠. 가치관이 다르거나 내게 해가 되는 사람과 굳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줄어드는데,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힘쓸 필요가 있을까요? 그 에너지를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들에게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아요.
몇 년 전, 동창회를 연다고 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코로나 직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느꼈던 건 서로 바라보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었어요. 회사 다니는 친구는 회사 이야기만 하고, 군대 갈 친구는 군대 이야기와 대학교 이야기를 했어요. 취준생 친구는 취업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서로의 대화 주제가 겹치지 않으니 정적이 자주 생겼고, 결국 대화는 자연스럽게 옛날이야기로 돌아가더라고요. 처음 한두 번은 추억 이야기가 재미있었지만, 옛날이야기만 반복되다 보니 흥미가 점점 떨어졌어요. 근황 토크가 끝나고 이어지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영양가도 없고 재미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더 멀어졌어요.
그 친구들 중 몇몇은 여전히 변화를 두려워하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계속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는데, 그들은 여기가 더 좋다며 변화를 꺼리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가는 길이 불확실하다며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하지만 이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어요. 진정한 친구란 단순히 오래된 인연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예전에는 시간이 오래 쌓이면 자연스럽게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 이른바 '찐친'은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이예요. 서로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멈춰 세워줄 수 있는 친구요.
결국,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간다"는 말은 옛말인 것 같아요. 평생 가려면 서로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만나며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만의 가치관을 고집하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다 보니 새로운 친구는 물론이고 찐친을 만드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은 어릴 적 친구들과 아직도 친한가요? 그 친구들은 여러분의 삶 속에 어떤 존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