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쓰다.
내 첫 커피는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컵스카우트 수련회 가서 어른들 몰래 마셔본 레쓰비.
커피의 원두맛이라기보다는 달달한 우유를 마신기분이었다. 이렇게 맛있는걸 어른들만 먹고 있었다니 화가 났다. 부모님은 내게 커피 마시는 건 물론이고 우유에 제티를 타먹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셨는데. 친가 외가 모두 키가 작다 보니 카페인을 일부러 더 멀리하게 하신 것 같다. 하지만 어린 나는 그런 걸 알리가 없었고. 소소한 일탈로서 일주일에 얼마 되지 않은 용돈을 모아 자판기커피, 편의점 커피를 가리지 않고 마셨다. 가장 좋아하던 커피는 화이트 뭐 커피였는데 단종이 되어버린 건지 최근에는 찾아볼 수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나는 종합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방학중에는 10-22시 10 To10 학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돈을 쓸 때와 다르게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든 나는 학원가 주변의 식당과 카페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아메리카노, 라떼, 에스프레소 등등 다양한 커피음료를 마셨다. 첫 에스프레소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 1박 2일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마시는 걸 보고 흥미가 생겨 마시게 되었는데 한약을 먹을 때 보다도 가루약을 먹을 때 보다도 쓰디쓴 첫 에스프레소는 정말이지 맛이 없었다. 이것이 으른의 맛인가. 그냥 벌칙용 음료를 상시에 파는 것인가 혼란스러웠다. 이후 바닐라라떼와 카라멜라떼를 마시면서 다시 달디달디단 음료들로 돌아왔는데 끈적한 느낌의 카라멜라떼보다는 바닐라라떼가 깔끔해 더 좋아했었다.
이렇게만 들어보면 그냥 단 음료 좋아하는 어린애 아니야?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얼죽아만 마시는 바리스타가 되었는데 그건 내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어서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