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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Oct 18. 2023

독일인들이 노는 법 with 클럽

독일 클럽 4개 가보고 느낀 점

"경험이 곧 자산"이라고 외치던 사람이지만, 한국에선 클럽 가기가 왜 그렇게도 꺼려지던지요. 그런데 다들 독일 클럽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클럽은 독일인들의 주요 문화 중 하나이고 때문에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는 말을 듣고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지난 4월, 처음으로 클럽에 가봤어요.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저는 4개월 동안 총 4군데 클럽에 가봤는데요. 유럽인, 심지어 20대 초반인 제 친구들의 체력은 가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예컨대 새벽 3시까지 클럽에서 놀다가 첫 차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려 준비하던 와중, 갑자기 좋아하는 음악이 나온다며 다시 클럽으로 유유히 돌아가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진작에 의자를 찾아 쉬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체력 문제로 아직까지는 네 군데 밖에 가지 못했지만, 네 군데만 가봐도 독일 클럽 분위기는 알겠더라고요.

향후 제 목표는 독일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 ‘베억하인’ 가보기입니다.


먼저, 한국 클럽을 제대로 가보지 못해 한국이 어떤 지는 잘 모르겠으나 독일 클럽에서는 그렇게들 키스를 합니다. 저는 열심히 춤만 추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서로 눈이 맞아 키스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장면을 보면 저 혼자 촌스럽게 눈이 동그래지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더군요.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이 함께 온 친구들과 원을 만들어 춤을 춥니다.

독일 클럽의 특이점 아닌 특이점! 서로 동의 없이 신체 어느 곳도 터치하지 않습니다. 정말 독립적으로 움직여요. 다른 목적이 아니라, 춤추며 하루종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클럽에 온거죠. 이와 관련해서는 신기하기도, 부끄럽기도 한 기억이 있어요. 처음 클럽에 가던 날, 유럽 친구들에게 각 나라의 클럽 문화에 관해 물었는데요. 여성이라고 해서 클럽 입장료를 내지 않는 건 한국 뿐이었습니다. 이 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은 왜 돈을 내지 않을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는데 말이죠. 물론 독일도 성비, 인종 등을 경비들이 맞춘다고 듣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남녀노소 모두 같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기 때문에 서로 동의 없이 신체를 만질 수도, sexism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쉽게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직원이 우리 편입니다. 사실 한국은 클럽 내 직원들이 여성 손님을 남성 손님에게 엮어주려고만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아무래도 성비가 맞지 않아 그렇겠지만, 온전히 춤을 추러 가기에는 어려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독일은 달랐습니다. 사례를 하나 말해볼까요? 방문한 클럽 네 군데 중 한 군데에서 살짝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 클럽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비하면 별 건 아니었습니다.


단상 위에 있던 제게 어떤 아저씨가 손을 내밀길래 잡아줬습니다. 내려올 때 위험할까 봐 제 손을 잡은 줄 알았는데 손을 잡더니 안 놔주고 쓰다듬더라고요. 옆에 있던 친구가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으나, 꽤 오래 불쾌했던 기억이 나요. 저를 구해준 프랑스 친구가 가드에게 이를 전했고, 그 아저씨는 바로 클럽에서 내쫓겼습니다.

또, 정말 신기했던 게 하나 있는데요. 제가 가본 네 군데 클럽 모두 화장실에 생리대가 있었습니다. 탐폰, 패드가 모두 구비되어 있던 곳은 한 군데였던 걸로 기억하나 네 곳 모두 넉넉히 패드를 준비해 뒀습니다. 누가 집에 가져가면 어떡하나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여기 생리대는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클럽까지 와서 비상시를 위해 구비해 둔 생리대를 가져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생리대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화장실에 있는 게 당연한 분위기인 듯하고요.


사실 독일은 생리대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생필품’이 싼 편입니다. 없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그게 아니면 가격이 좀 있는 편입니다. (맥주 제외, 라고 쓰지만 독일인들은 맥주 없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곳곳에서 생리대를 만날 때마다 새삼 한국의 생필품 가격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집니다. 캠퍼스 곳곳에도 생리대가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요. 갑작스레 내 자궁이 피를 토해내도 Everything is okay라는 뜻!


또, 나이대가 정말 다양합니다. 물론! 젊은 친구들이 유독 많은 클럽, 30대가 주로 모이는 클럽도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독일 클럽에는 대부분 다양한 나이대가 모여있습니다. 40대로 추정되는 여성분들이 모여서 춤을 추기도 하고요. 반대 성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쳐다보거나, 속된 말로 “주책이야” 같은 눈빛을 보내지도 않아요. 다들 자기 춤추기에 바쁘거든요. 하지만 만약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상상만으로 벌써 아득하더라고요.


어떻게 살든, 자기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클럽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합니다. 사실 나이를 떠나 독일은 남이 뭘 하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이상한 춤을 추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면 대뜸 카메라를 들이대는 한국의 분위기가 얼마나 사람을 옥죄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아! 대부분 독일 클럽은 내부에서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를 붙여 입장시키고 촬영을 엄격히 금지해요. selfie만 찍겠다며 스티커 떼는 순간, 내쫓긴 사람 많이 봤습니다. (물론 이 글에 실린 사진을 찍은 곳은 촬영이 허용된 곳이었습니다!)

Kickerkeller house rule


제가 며칠 전 방문했던 클럽의 house rule입니다. 규칙 중 가장 중요한 건 ‘Tolerance’ 그리고 ‘Respect’입니다. 이는 다양한 인종과 함께 살아가는 독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할 겁니다. 나아가 인종차별, 각종 혐오를 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오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놀라웠던 건 맨 밑 오른쪽, ‘No racicts clothing brand or discriminatory slogan’입니다. 인종 차별적인 슬로건이나 의상 브랜드를 입고 왔다가는 쫓겨날 수 있는 건데요. 바로 옆 성차별, 퀴어포빅,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규칙도 눈에 띄네요. 사실 이런 규칙은 저 house rule을 명시한 클럽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제가 열거한 금지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가 클럽에서 쫓겨나 억울하다는 리뷰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거든요.


클럽에서 2시간 내지 3시간 정도 불태우고 조용한 기숙사로 돌아오면 귀가 먹먹-합니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한국 클럽에도 건강한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게 되어요. 한국에서도 저는 클럽이 가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한국의 클럽은 제가 바라는 모습은 아니고요. 그렇다면 독일에 있을 때 살면서 갈 수 있는 클럽은 다 가봐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저는 괜히 쓸쓸해졌어요.


한국에 있을 땐 몰랐는데 저는 맘껏 춤을 추면서 꽤 큰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다들 자기 춤추느라 정신없어서 저를 쳐다보지 않고요. 그러니 저는, 그리고 제 친구들은 제 멋대로 막춤을 춰요. 그렇게 각자 즐기다가도 인기 많은 음악이 흘러나오면 클럽은 하나가 됩니다. 언젠가 우리의 클럽도 성별, 세대, 인종을 떠나, 같은 돈을 지불하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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