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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석 Oct 19. 2023

8-2. 님나무(neem tree) - 님은 어디로?

(사진 5개 : 바라나시 남자 2, 가로수, 옷을 입힌 님나무, 제주도 멀구슬나무  )   

  

갠지스 강 가에 자리 잡은 바라나시는 화장터와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몸을 씻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이곳을 보기 위해 열심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남자들이 길가에 앉아서 몇 뼘 쯤 되는 나뭇가지를 파는 것을 보았다. 가이드가 말한다. “저 나뭇가지로 이를 닦아요.” 그 나무 이름이 님나무인데, 인도에서 중요한 나무라고 했다. 인도에서 여행 다니면서 이 님나무를 자주 보았다. 나뭇잎이 수양버드나무와 조금은 비슷한 것 같다. 

3,500년 전에 쓰인 『베다』 경전에도 님나무는 만병통치약으로 나와 있다. 인도 신화에 따르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약이 하늘로 운반되던 중 님나무에 몇 방울이 떨어졌다. 지역에 따라 사람들은 님나무를 시바의 아내인 두르가나 다른 여신 니마리 데비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이 여신은 전염병으로 무서운 천연두와 같은 병을 치료해 주는 신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나뭇가지가 치약 묻은 칫솔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여행 당시에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다. 이 나무를 이용한 의약품은 이의 치석을 제거할 뿐 아니라 혈당을 줄이고, 소화 기관의 종양을 치료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피임과 살균 효과도 있다. 비료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사료로도 이용된다. 우리나라 은행나무처럼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님나무는 건조 기후에서도 잘 살아 사막화 방지를 위해 1억 그루 이상을 심었다. 

20세기 후반 외국 생명공학회사에서 님나무 추출물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이제 인도 사람들은 님나무를 이용한 각종 치료가 불법이 되고 말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인도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비정부기구, 그리고 유럽의회 녹색당은 이에 반대하였다. 이들은 특허를 취소하라고 시위를 했고, 그 결과 유럽특허청은 특허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취소되지 않은 특허가 많다. 님나무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민간 요법은 결국 그 지역 민중의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서구와 비서구, 패권 국가의 지원을 받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 제3세계 민중 간의 대결로 연결된다. 님나무와 같이 의약품의 주요 원료가 되는 나무들은 어느 나라, 어느 계층에게 그 이용권과 수익권이 돌아가야 할까? 

님나무가 멀구슬나무과라는 정보에 접했을 때 나는 지난 해 봄에 제주도의 기억이 떠올랐다. 도로 주변 야산에, 그리고 정원에 멀구슬나무의 보랏빛 꽃차례가 아름다웠다. 백 미터까지 퍼지는 향기는 라일락을 닮았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멀구슬나무를 친환경 병해충 방제 자원으로 활용하기 연구했다. 그 결과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알아냈다. 한방에서는 장내 기생충 약으로 이용되어 왔다. 올 봄에도 이 꽃을 보러 제주도에 가야겠다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음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면서 행복을 예감하고 있다.

(제주도 멀구슬나무 꽃과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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