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인디라 간디 공항 항공 스케줄, 카트만두 공항 항공 스케줄, 뭄바이)
우리는 2013년 1월 10일 오후 인천 공항을 출발하여 저녁에 인도의 델리에 도착했다. 8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는 델리의 호텔에서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는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네팔이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20일 간 진행된 인도 반도 여행의 첫 번째 장소다.
이렇게 이틀 동안에 세 나라를 만났다. 이럴 때 손목시계와 디지털 사진기의 시간 설정은 어느 표준시로 할까? 인도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표준시, 즉 협정 세계시(UTC)보다 5시간 30분 빠르고, 네팔은 5시간 45분 빠르다. 우리나라는 9시간 빠르다.
나는 네팔과 인도에서 한국 시간을 바꾸지 않았다. 디지털 사진의 날짜와 시간을 보면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 요즘, 여행 때 사진기의 시간을 인도 시간대로 바꿔서 설정할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 여행지의 아침 식사 후 출발 시간과 오후 숙소 도착 시간 따위를 아는 게 전체 여정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인도는 두 개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었다. 서쪽 지방은 뭄바이(식민지 당시는 봄베이)를 지나는 경선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영국보다 4시간 51분이 빨랐다. 그리고 동쪽 지방은 콜카타(식민지 당시는 캘커타) 부근을 지나는 경선을 기준으로 해서 영국보다 5시간 53분 20초가 빨랐다. 뭄바이와 콜카타는 식민지 시대 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다가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표준시를 인도의 중앙을 지나는 동경 82.5도를 기준으로 했다. 그래서 표준시가 영국보다 5시간 30분 빨라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뭄바이와 콜카타는 이후 몇 년 동안 자기의 표준시를 고집해서 사용했다. 지방 권력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1956년 네팔은 인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자존심 때문에 인도보다 시간대가 15분 빠른 경선을 표준시의 기준으로 정해서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네팔의 하루는 인도보다 15분 빠르게 시작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주팔자가 달라지는 것이다.
표준시의 시차가 ‘시간’ 단위가 아닌 곳은 여러 나라가 있다. 이란, 아프가니스탄, 호주 서부, 뉴질랜드, 미얀마 등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적이 있었다. 구한말에는 우리나라의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해서 영국보다 8시간 30분이 빠른 표준시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일제 때 일본을 지나는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사용했고, 해방 후 이승만 정부 때 다시 원래대로 8시간 30분 시차로 돌아갔다. 그러나 1961년 박정희 군사정부 때 다시 일본 표준시를 우리나라 표준시로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 8시간 30분 표준시가 불리하여 ‘시간’ 단위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면 영국보다 8시간 빠른 중국의 표준시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 국가로 우리와 사이가 나빴다.
그런데 8시간 30분 빠른 표준시를 사용하는 게 경제적으로, 또 다른 측면에서 많이 불리할까? 인도,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이것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여름에 서머타임제(일광 절약 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한 시간을 앞당기거나 뒤로 돌린다. 그런데 이 때문에 생활이나 경제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고 있다.
시간대에는 정치와 역사가 담겨 있다. 지구상의 모든 영토가 시간대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지구의 모든 공간에는 정치와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와 역사는 공간 위에서 펼쳐지며, 공간은 이것들에 영향을 준다. 공간 또는 지리는 정치와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역 또한 성립한다.
(표제 사진 : 델리 인디라간디 공항의 비행기 스케줄. 아래 : 네팔의 달력. 인도와 15분 차이로 하루의 시작과 끝이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