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사자상 그림, 아소카 돌기둥 사진, 원성왕릉 돌사자
조선 어보 사진, 롯데라이온즈, 한국라이온스클럽
사르나트에는 2,300년 전에 만들어진 수십 미터의 돌기둥이 몇 조각으로 잘린 채 남아 있다. 여행하면서 인도에서 이 돌기둥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듣기는 했다. 그러나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이 돌기둥이 인도의 상징인 국장이 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중요했다. 우리나라 국장(national stamp)은 ‘태극을 둘러싸고 있는 무궁화 꽃’으로 문양 아래에 ‘대한민국’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공무원 신분증, 국공립대학의 졸업장에도 이 국장이 들어가 있다.
붉은 사암으로 만든 아소카왕의 아름다운 돌기둥은 전국적으로 30개 정도가 남아 있다. 돌기둥의 머리에 있는 사자상의 각기 다르다. 인도의 국장은 역사상 최초로 인도를 통일한 아소카 돌기둥(석주) 머리의 사자상을 바탕으로 1950년 제정했다. 국장을 보면 사자 네 마리가 서 있는 받침대에는 24개의 축을 가진 법륜(차크라)이 있고, 법륜에 소, 말, 코끼리, 사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진실만이 승리한다(사트야메바 자야테)’라고 쓰여 있다. 이 말은 인도의 고대 경전 우파니샤드에서 가져왔다.
돌기둥 머리에 있는, 엉덩이를 맞대고 머리가 사방을 향해 서 있는 네 마리의 사자는 사방을 지켜주고, 사방으로 불교가 전파되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 자기네 영역을 수호하고, 사방으로 영역을 확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30개가 넘는 돌기둥 아래에는 불교 교리에 기초한 도덕에 관한 칙령을 당시 자기들 글자로 새겨 놓았다. 아소카 돌기둥은 그 자체가 인도 최초의 미술품 걸작이라고 한다. 인도의 국장에는 2,000년이 넘는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가 담겨 있다. 그래서 힘이 있다.
경주에 있는 신라의 원성왕릉은 서역 무사가 지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왕릉의 또 다른 수호신은 사자가 있다. 사자 두 쌍이 왕릉 들어서는 사람을 맞아 준다. 그런데 이 사자들의 얼굴 방향이 각기 다르다. 모든 방향으로부터 왕릉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전파되어 왔을 것이다. 인도, 중국, 또 우리나라의 공간은 이렇게 인간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