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길가에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더운 나라에서 아무나 마실 수 있어서 참 좋은 시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깨끗한 물이 충분히 공급되지는 못하고 있다. 외국 여행하면 물이 맞지 않아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특히 인도와 같이 경제력이 낮은 나라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인도 여행 중 가이드는 우리에게 물은 생수만 먹으라고 했다.
도시에서 물탱크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 호텔에도 그 차가 왔다. 차에 쓰여 있는 글을 보면 사기업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상수도 보급률이 낮다. 2억 5천만 가구 중 상수도 사용 비율은 20퍼센트 정도이다. 물 공급이 며칠에 한 번, 몇 시간 동안만 이루어지는 지역도 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그랬다.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던 중 대학 다닐 때 물 공급이 제대로 안 되었다고 했다. 50년 전 서울 중심에서도 단수 정책이 시행되었던 것이다. 그때 한 친구가 말했다. 자기가 사는 동네는 단수가 되는 동안에도 부자 동네는 그러지 않아 화가 났다는 거다.
인도 전체 면적의 30퍼센트 이상이 가뭄에 취약하고, 5천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다. 물 자원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구 차원의 엘니뇨 현상이 가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가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인도 북서부의 사막에 가까운 지역과 데칸 고원 내부다. 문제 해결 방법은 강에 댐을 세워 상수도관을 통해 공급하거나 지하수 개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지하수를 찾아 관정을 파서 끌어올릴 때 정부에서는 전기료 혜택을 준다. 가뭄을 잘 이겨내는 농작물을 찾아 보급하는 방법도 있다.
도시의 경우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방법이 정책적으로 수행되고 있고, 교과서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으며, 공무원 시험에서도 출제된다. 각종 건물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물탱크에 모으는 것을 빗물 수확(rainwater harvesting)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물 사정이 나쁜 인도에서는 이것에 매우 적극적이다.
물은 생명이다(AGUA EST VIDA). 답사 갔던 칠레의 대형 물탱크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물 공급에서 가장 주요한 방법은 강에 댐을 만들어 수로를 통해 멀리까지 물을 보내는 것이다. 인도도 수십 년이 지나면 수많은 댐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물 공급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이 꼭 좋기만 한 것일까?
나는 60년 전 어렸을 때 섬진강을 낀 마을에 살았다. 늘 강물이 많아 풍요로웠다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섬진강에서 다슬기 잡고, 조개 캐고,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았다. 모래 속에서 여러 가지 색깔과 크기의 조개를 건져냈을 때의 놀라움과 행복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면 물속에 깨벗고 들어가 살았다. 그러나 이제 그 강은 없다. 수위가 낮아져 강폭이 좁아졌고, 좁아진 자리와 백사장을 풀들이 점령하고 있다. 상류에 댐을 쌓아 물을 광주 등 도시와 순천만 산업 단지로 빼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표제 사진 : 인도 남부 타밀나드주의 수로. 자기들은 운하라고 부른다. 댐을 만들어 물을 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아래 사진 위 : 인도 도시에서는 도로 가에 이렇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 아래 : 상수도 공급률이 낮아 민간 기업이 이렇게 물탱크 트럭을 물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