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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20. 2023

서른셋, 중고 백수.

내일, 나는 다시 백수가 된다.

 한국 나이로 서른셋, 만으로는 서른둘.


 남들은 안정적이라고 불리는 직업 혹은 직장에 둥지를 틀고, 떳떳한 신분(?)이 되어갈 나이지만 나는 다시 백수가 된다. 근무 마지막 날이라며 연차를 낸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 백수 신분. 또 그렇게 백수라는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중고 백수의 귀환은 내 탓 혹은 나의 의도가 아니라 기간 만료로 인한 퇴사기 때문에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다는 정도? 내심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았다.


 나도 한 때 세후 300만 원이 훌쩍 넘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 살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탐내는 공공기관 공채에 최종합격하는 기쁨을 누린 경험도 있다. -스스로 누린 만족감이라기보다는 남들이 정한 기준에 도달했다는 행복이 컸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채 중고 백수가 되는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 있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아직 찾지 못한 꿈 많은 피터팬인걸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선택을 바꿀 것인가.


 최근에 스스로에게 물어본 질문 중에 하나다. 내가 뭘 잘하는지, 잘하지 못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답을 찾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당시 나의 선택을 바꿀지 바꾸지 않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지금과 똑같은 중고 백수가 됐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때의 나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똑같은 선택지가 생기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고, 당연히 결과도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당시의 나는 사력을 다하고 있었는데 되돌아가 재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고민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마무리되자 주어진 현재가 나를 다독여 주며 따스하게 위로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서른셋의 중고 백수.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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