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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Mar 10. 2024

아이슬란드에서 맞이한 여성의 날


 아이슬란드는 눈이 지저분하게 녹고 있습니다. 2월은 그런 계절입니다.


해가 길어지고 호수의 얼음이 녹으면서 백조와 오리는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깊은 겨울에는 호수 위를 건너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크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제법 귀찮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해가 바뀌고 생일이 지나면서 나는 더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리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서 또 스스로에게 면제부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프면 눈물이 나고 나의 고양이가 보고 싶어 눈물 흘리는 일이 많다. 언제쯤이면 그리움에 무뎌질 수 있나요. 선생님에게 물어봤지만 당신도 모른다고 하셨다. 


 최근에는 많이 아파 고생을 했다. 이석증이 그 이유였는데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내가 병원에 들렀던 시점에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비거주민.. 이어서 의사를 보는데 18만 원을 냈다. 약을 처방해 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내려준 것이 다였는데 그것이 의사하가 하는 일이긴 하지. 병명을 몰랐을 때는 나에게 큰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울기도 했지만 그것을 18만 원과 맞바꿈 셈이라 치자 생각 중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나의 친구 M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M은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잠시 아이슬란드에 들린 것이었다. 나를 위해 시간과 돈과 마음을 내어준 M이 고마웠다. 


 요즘은 단편소설을 쓰고 있다. 쓸 때마다 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이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 중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해 쓰려고 노력 중이다. 어느 부분의 한 문단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우리는 자주 발코니에 나가 앉아 있었다. 따뜻한 차나 핫초코를 주로 마셨고 술은 가끔이었다.  둘 다 술에 약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북반구의 밤은 길어졌다. 특히나 위도가 높아질수록 해는 아주 짧아졌는데 십이월의 어느 날에는 해가 단지 네 시간 동안만 떠있기도 했다. 비타민D를 필수로 챙겨 먹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유학생과 이주민, 어떠한 이유로 모국을 떠나 아이슬란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학교에서도, 주민센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무언가를-단지 외로움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호소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유메는 매일 밤 발코니로 나가 오로라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질수록 오 로라는 더 자주 나타났는데 이것이 겨울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유메는 말했다."


  

언젠가는 나의 소설집을 낼 수 있을까. 쓸수록 구려져서 걱정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제는 여성의 날이었고 요즘 마음깊이 새겨두는 말이 있어 적어본다.


"자기 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여자는 어떤 언어에도 갇히지 않으며 그 자체로 매우 정치적입니다"-하미나-


나의 친구들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쓰고 화장을 하고 싶으면 하고 머리를 자르고 싶으면 자르고. 원하는 공부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여성이 되었으면 한다. 

원하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았던 책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나는 네가 누구보다 자유로웠으면 해. 



다음 주에는 파리에 여행을 간다. 거기서 나의 소설을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인데 모두가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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