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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우니 Feb 17. 2024

군주의 공감능력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칭찬과 비난에 놀라듯 하고 명예와 재물을 귀하게 여기기를 제 몸 같이 하라.


何謂寵辱若驚, 寵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謂寵辱若驚.

무엇을 칭찬과 비난에 놀라듯 하라고 하는 것인가. 총애를 받아도 총애를 잃어도 놀라듯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何謂貴大患若身,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及吾無身, 吾有何患.

무엇을 명예와 재물을 귀하게 여기기를 제 몸 같이 하라고 하는 것인가. 내가 이렇게 큰 근심거리가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몸이 없다면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故, 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

고로 제 몸을 천하만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천하를 맡길 것이다.


 우리가 들어온 일반적인 처세는 칭찬과 비난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노자는 총욕(寵辱)에 소스라치게 놀라야 한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자가 말한 의도를 알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덕경이라는 책의 성격부터 알아야 한다. 흔히 노자의 글은 혼탁한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은자를 위한 지침서 정도로 알고 있지만 전혀 아니다. 도덕경은 은자를 위한 글이 아니고 이 세계가 무엇이며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한 책이자 그런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군주는 어떻게 정치해야 하는지를 담은 제왕을 위한 정치철학서이다. 모든 장의 글이 제왕의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충고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이 장의 글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寵爲下가 뜻이 잘 통하지 않지만 맥락을 살려서 풀어보면 '총애는 아래가 되어 그것을 얻어도 잃어도 놀라듯 한다'로 해석함이 맞다. 그러니까 왕은 그 자신뿐 아니라 국정을 함께 논의할 사람을 쓰고자 할 때도 사람들의 총욕에 놀라듯 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겨야 한다고 충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왜 이런 사람을 써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무심한 자가 천하를 다스리면 어떤가. 칭찬과 비난에 무심한 사람은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관으로 똘똘 뭉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고집과 아집이 세다. 이런 사람은 노자가 말한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과 거리가 멀다.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한테 천하를 맡기라는 뜻이다. 무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면 민심을 읽기 어렵다. 노자에게는 언제나 데이터가 중요하다.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그들의 총욕을 들어보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大患은 名譽와 財物로 해석한다. 이 역시 왕은 사람을 쓰고자 할 때는 명예와 재물을 제 몸같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쓰라고 권한다. 생각해 보자. 뒤에 나오는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까닭이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인간이 유물론적 존재임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몸이라는 물리적 요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몸은 명예와 재물을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명예와 재물은 근심거리이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자 민생사안임을 명심하라고 한 것이다. 이 명예와 재물을 근심거리로만 생각해서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백성들의 삶을 공감할 수 없다. 명예와 재물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정치를 하면 어떤가. 백성들의 소중한 재산을 함부로 해서 폭정을 일삼을 가능성이 많다.


 노자는 인간의 한계를 충분히 인정한다. 그 한계는 인간이 '身'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또 인간이 인식의 한계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색 오음에 마음을 빼앗겨 눈과 귀가 멀기도 하는 존재가 인간임을 말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이 육체라는 물질에 기반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이 세상의 어떤 사상도 이 사실을 외면해서는 세상을 구하기 어렵다. 천하를 다스리는 성인은 반드시 凡人과는 달라야 할터이니 이런 인간의 유한성을 마음에 새기고 정치에 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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