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답을 아는 쉬운 문제, 헷갈리는 문제, 수수께끼 같은 문제, 답이 여러 개인 문제, 답을 알 수 없는 문제(존재에 관한,,,) 등 문제투성이다. 그냥 모두 다 문제다. 문제투성이 세상 속 문제들은 고유의 질량과 해결 미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느껴지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문제가 던지는 불안과 좌절의 크기도 제각각일 테다. 이 그림책은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는데, 어쩌면 문제 자체가 중요할 때도 있다는 독특한 관점이 시선을 끌었다.
수많은 문제 속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한번 가보는 거야! 문제에 허우적대더라도 때로는 답을 맞히는 것보다, 문제가 중요해!
그렇다면 나의 문제는,
사업을 시작하고 여러 번 위기가 있었지만 3년 차를 앞두고 이토록 앞이 캄캄하기는 처음이다. 사장으로 산다는 건 눈앞에 산적한 문제 앞에서 퇴사할 수도, 잠수할 수도, 눈을 감아버릴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절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오롯이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할 일이다. 이제 더는 버텨낼 재간이 없겠다 싶었다.
거듭된 시련과 난관이 만들어준 거칠디 거친 45년 인생 빅데이터는 높은 긍정성과 회복탄력성을 선물했지만, 요즘의 사업위기 앞에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두려운 장면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에고 덕에 불안한 생각이 좀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퇴근길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문제가 문제야> 그림책은 조금은 다른 방식의 위로를 전했다.
떨어질 것 같은 절벽이 올라야 할 산으로, 절망이 용기로
조금만 잘못 내딛어도 떨어질 것 같은 절벽으로만 느껴지던 현실이,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자 신기하게도, 그저 조금 가파른 올라야 할 산으로 느껴졌다. 절벽에서 떨어질 것 같아 울고만 싶던 절망이 손을 짚고 하나하나 올라가 보자는 용기가 되었다.
그림책을 읽고 또 읽으며 나는 지금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나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뭉뚱그려진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장막이 조금씩 걷히고 다가올 위기 앞에 해결과제들이 선명해지기까지 한다. 헤르만헤세 소설, <클라인과 바그너>에서 '만약 지금 불안하다면, 불안의 정체가 보일 때까지 불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아라'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몇 번의 안일한 선택이 불러온 나비효과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을 잠식하더라도 이 장면을 떠올린다면 조금은 맞설 힘이 생길 것 같다.
살아간다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 의도하는 대로 다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물러서거나 멈추기보다 한걸음, 단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는 나에게 응원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