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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선민정 Oct 19. 2024

마흔다섯, 나다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00 인생 그림책

나나의 그림책장은

그림책을 통해 고단한 나의 하루를 위로합니다.

오늘의 그림책은 <100 인생 그림책>입니다.


마흔다섯, 나다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MZ세대보다 몇 년 더 일찍 태어나, 꼰대스럽고 고리타분한 게 정상인 가치관 아래 주어진 사회 시스템에 맞추어 사는, 한마디로 좀 덜 힙한 삶을 살며 요즘 세대의 생각, 트렌드를 학습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내가 만 45세가 되어서야 '나다움'을 찾기 시작했다. 자식, 아내, 엄마, 가장, 사장이라는 역할로만 존재하다 뒤늦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내면이 격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마음대로 사는 게 능사는 아님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 나다움이란 걸 각고의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사실 이제 와서 나다움을 찾아 방황하는 나를 보며 참 늦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이라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그런데 <100 인생 그림책>을 읽고 보니 때늦은 고민으로 느낀 외로움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 그림책은 1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삶의 단상 100개의 나이대로 나누어 보여주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물론 나는 45부터 펼쳐봤다.



지금 그대로의 네 모습을 좋아하니?



내 고민은 늦지 않았구나. 지구상의 45세 인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었구나.!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란

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은 뭘까.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비겁한 나, 혼자 있기를 좋아하지만 외로움을 타는 나, 화내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 순서대로 하지 않으면 시작을 못하는 나, 성실하게 게으른 나, 후회를 모르는 나, 긍정적인 나... 나는 나를 이렇게나 잘 알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지금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려면 일단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화가 나면 화가 났구나, 두려움 앞에 서면 두렵구나, 웃으면서 행복하구나,라고 나를 수용해 봐야겠다.


지금은 그저 흘러가는 인생의 한 순간일 뿐이라고

<100 인생 그림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고 나니 지금의 삶에 가두어둔 나를 꺼낼 수 있었다. 인생 100년은 산다는데, 고단한 지금 내 삶은 그저 조금 거친 바람을 만난 것일 뿐, 인생의 흐름 속에 그저 한 면이라는 위로를 건넨다. 몸은 비록 늙어가지만 나의 내면은 여전히 성장 중이고, 마흔다섯 그대로의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노라고.



이 책은 최근 그림책 심리상담 수업에서 발달단계 이론을 듣다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을 이해하며 읽으면 굉장히 새롭다. 각 연령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상황, 인문학적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딱딱 맞아떨어지는 걸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령 이론에서 만 1세까지 안정적인 애착 경험 여부가 신뢰감과 불신감이라는 발달행동에 영향을 주는 시기인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이미 읽어봤다면 에릭슨 이론과 비교하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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