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 프로젝트 #2 김규아님의 인터뷰
얼마전 SBS 동물농장에 한 강아지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평생 목줄을 한 채 살아와 1m 반경에서 벗어나 보지 못했던 강아지 백상이가 처음 나간 산책길에서도 그저 빙빙 돌기만 하더라는 이야기. 1m의 삶에 갇힌 백상이의 모습을 보며, 주류 사회 편입을 위한 갈망과 남들의 시선에 갇힌 우리네 모습을 떠올렸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안전한 틀에서 벗어나 전업 작가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규아님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그림으로부터 멀어져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암흑기였던 고등학교, 그림을 최우선 순위에 둘 수 없어 괴로웠던 대학시절과 교직시절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규아님의 인터뷰를 살펴보자.
선생님으로서의 규아님
Q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과 이야기로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은 김규아 입니다.
Q2. 규아님의 어릴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선생님? 작가?
저는 선생님은 한번도 꿈꿔본 적은 없고, 원래 꿈은 만화가였어요. 초등학생 때 완전 만화 덕후였고, 중학교에 사춘기 접어들면서 디자이너도 멋있는 것 같다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그림이랑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어요.
Q3. 제 주위에 하나 둘 육아를 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하나같이 정말 힘들다고 이야기 합니다. 규아님은 선생님으로서 많은 초등학생들을 대하셨을텐데,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는 편이셨나요?
아뇨. 적성에 맞지 않으니까 그만 뒀죠. (웃음)
일반 사람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직업 안정성이 가장 크고, 은퇴 후 연금, 방학이 있다는 것 등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사실 교사로서의 직업적 의식은 배제되는 측면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게 선생님으로서 여러명의 아이들을 통제 해야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었어요. 나는 지금 별로 화를 내고 싶지않은데,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규칙을 지키게 해야하기 때문에 화를 내야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실제로 많은 선생님들이 그런 부분을 힘들어 하실거에요. 그리고 요즘은 교권이 많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서, 조금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 혼자서 감당해야하고 누군가에게 의지를 할 만한 부분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거기에서 오는 에너지 소모도 컸고요.
Q4. 규아님의 인상을 봤을 때, 왠지 엄한 선생님은 아니셨을 것 같은데, 말 안듣는 학생을 다루는 규아님만의 노하우 같은게 있으셨나요?
저는 아이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당근을 쓰는 편이었어요. 제가 무섭고 강한 말로 채찍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초반에 일찍 깨달아서.
사람은 보통 나를 정말로 좋아해주는 사람한테는 마음을 열고, 그 사람 말을 듣게 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고, 아이가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하나하나 굉장히 관심을 가져줘야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에너지가 많이 쓰이긴 했죠.
학교에서 여러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내성적인 아이들은 정말 대화를 나누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점심먹고 선생님이랑 걸으면서 데이트하기 같은. 그러면 아이들은 “뭐 선생님이랑 데이트를 해요?” 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1미터쯤 떨어져서 걸어요. 그럼 저는 쫓아다니면서 말걸고 질문하고하면 아이는 대답하고. 처음에는 “오글거려요.”라는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도, 막상 그런 시간을 가지고나면 끈끈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5. 선생님으로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사사롭고 시시하게” 시집을 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그 때 당시에는 되게 힘들었거든요. 편집중엔 “내가 이 일을 왜 벌린거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몇 달 전에도 학생한테 연락이 와서 “그 때 시집 만들었던게 너무 좋았다. 감사하다.”라는 얘기를 해주는데, 내가 아이에게 의미있는 추억을 선물해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보람있게 느껴졌어요.
※ 참고: 크라우드 펀딩 모금을 통한 사사롭고 시시하게 독립출판기
Q6. 선생님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힘든 순간은 수시로 있었는데요. 사실 제가 교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던게 아니었기 때문에, 교직과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간극과 딜레마는 교대 다닐 때부터 쭉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교사가 되고 나서도 제가 선생님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된 게 아니고, 평생 교사는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갖고 있었거든요. 교직에 큰 욕심이 없었어요.
또 저는 기본적으로 혼자있는걸 좋아하는 내향적인 성격이에요. 아이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매일매일 부딪히면서 관계 유지를 위해서 에너지를 써야하는거잖아요. 또 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있다 보면 씨끄러운 환경일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럴 때는 스트레스가 확 쌓이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Q7. 선생님을 하시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가지
처음 발령지가 용인에 있는 시골 마을이었어요. 한학년에 한 반이 있는 6학급 학교에서 3년 6개월 정도 근무를 했었는데요. 학교 옆에 있는 사택에서 지냈었습니다. 근데 시골이다 보니까 사택에 뱀이 들어오는 거에요.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3번 들어왔었어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완전 기겁을 해서 소방차도 불렀었는데, 나중에는 찾아내서 기념사진도 찍고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도시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라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Q8. 학부모님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힘든 점이 없진않죠. 이건 모든 선생님들이 공감하실텐데, 소통을 원할하게 하기가 힘듭니다. 모든 어머님들한테는 자기 아이가 소중하다는건 너무 잘 알고 있고 선생님으로서도 존중하고 싶지만, 선생님은 모든 아이를 공평하게 대해야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어려운 말씀을 드리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 행동이 서운하거나 만족스럽지않게 비칠 수 밖에 없죠. 부모님의 입장도 이해하면서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 그 균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규아님
Q9. 규아님은 어떤 계기로 글쓰기, 그림,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교대 쪽에서도 미술 전공이신가요?
글쓰는 걸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서는 제가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고는 많이 느끼고 있어요. 어릴 때 만화에 빠졌던 것도 이야기에 빠졌었던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건, 저희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셔서 전학을 많이 다녔었어요. 제가 내성적이어서 친구를 잘 사귀는 성격이 못 되는데, 그럴 때는 그림 그리는게 저한테는 무기가 되어줬어요. 전학한 학교에 첫날 등교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관심을 갖고 다가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렇게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은 분명히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이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취미가 같고, 좋아하는게 같으니까 나중에는 다들 좋은 친구들이 되고. 그림은 제가 어딜 가든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금방 사귈 수 있었던 좋은 수단이 되어주었습니다.
또 제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다 보니까 현실 세계에서는 맘껏 저를 운용하지 못하지만, 창작은 내가 맘대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잖아요. 이야기도 내가 맘대로 짓고, 캐릭터 성격도 내가 맘대로 만드는데서 희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Q10. 직업적으로 규아님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동화작가?
처음 그림 일을 시작할 땐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해서 이미지 중심으로 그렸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쪽으로 기울었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거든요. 어쩌다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을 내다보니 동화작가라고 불려지는 건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것만 그리고 싶다고 딱히 생각했던 적은 없었어요. 저는 직업으로서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 그림이라는 쟝르 안에서 제가 능력이 닿는 대로 할 수 있는거는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Q11. 규아님은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신건지, 아니면 작가가 되기 위해 별도로 준비를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게 최종꿈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표현하는 것.
교대를 선택할 때도 어른분들의 관여가 컸고, 내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진정으로 좋아서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서, 그 때부터도 교직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었어요. 원래는 미대를 항상 가고싶어했는데, 제가 기숙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예체능을 하려면 거의 독학을 해야하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당시에는 미대에 진학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 걸 알고 주위 어른 분들이 “선생님이 되면 방학에 시간이 생길테니 좋아하는 걸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당시 저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교대 진학을 택했죠.
Q12. 초등학교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선호되는 직업 중 하나인만큼,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포기하는데 있어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당시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포기했다라는 거에 대해 다들 용기있다라고 말씀을 해주시지만, 저는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여전히 소심한 면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는 선생님을 그만두기 전에 마지막 1년을 휴직했는데요. 제가 교직 3년차 때 공황발작이 왔었어요. 그 때는 공황발작인지 몰랐는데, 당시에 제가 잠을 잘 못 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숨이 차는 증상같은게 있긴 했었어요. 이후로 감정적인 악순환이 계속 됐었어요. 좋아졌다가 안좋아졌다가 또 좋아졌다가 안좋아졌다가, 근데 이 안좋아지는 시기가 대체로 5월과 10월에 찾아왔었는데, 시기적 공통점이 학기 시작 초기더라고요. 매년 그 안 좋은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요. 이유도 모르겠어서 주위에 잘 못털어놨었기에 휴직을 결심하게 됐었죠.
이후로 여러 곳에 상담도 받으러 다니면서 스스로도 대체 뭐가 그리도 힘든걸까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좋아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지 못하는 삶에서 내가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그 느낌이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실제로 교직을 쉬면서는 그런 병적인 증세들이나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휴직을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고민 기간을 늘리는 것밖에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휴직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진정 원하는 삶에 대한 액션을 취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컸어요. 저는 앞서 겪었던 일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13. 선생님을 그만두고 작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 및 지인들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교대 다닐 때부터 선생님 하고 싶지않다고 부모님께 누차 말씀드렸던지라, 예전부터 그런 갈등은 있어왔어요. 제가 임용고시도 사실 한번 떨어졌었거든요. 당시 부모님께 내가 임용고시에 불합격한건 신의 계시다, 나는 다시 임용고시를 준비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 다시 한번 임용고시를 보기를 강하게 권유하셨었고요. 결국 제가 느꼈던건 “일단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나의 자주적인 권리를 확보해야겠다라는 생각에 1년 더 임용고시를 공부했었고요.
어쨌든 마음 한 구석으로는, 지금 현재 상황으로부터 어떻게든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교직에 관심없다는 걸 알고 계셨지만 그만두는 것에는 반대가 심하셨는데, 제가 교사 생활 중에 계속 그림 관련 활동을 하고 독립출판도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그 때부터 태도가 조금씩 바뀌시더니 작년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많이 허해주시는 분위기셨습니다. 어머니가 “너가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 하고 싶어하고 노력을 하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주셨을 때는 내심 놀라기도 했었어요.
Q14.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분야도 상당히 레드오션일 것 같은데,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있으셨는지?
솔직히 성공에 대해서 그 누가 확신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성공의 기준이라는 것이 개개인마다 다르잖아요. 저같은 경우에는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만 된다면, 그 정도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보통은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저는 어쨌든, 개인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제가 내린 성공에 대한 정의라는 것은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것까지의 균형을 의미하는 바가 커요. 누군가 행복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게 제가 내린 성공의 정의입니다.
저는 현재 제가 좋아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집중할 수 있는 것에 굉장히 큰 행복을 느껴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제가 행복감을 느끼는만큼 성공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 행복감을 계속해서 유지시키다보면 뭔가 더 좋은 것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저는 올해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만두기로 하고 나서 좋은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어요. 제가 선생님을 그만두고 작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면서 알게 된 분들 중에 좋은 분들이 많았었고, 출판사랑 계약을 하게 된 것도 그만두기로 하고나서 얼마 지나지않아서 먼저 연락이 온 거였거든요. 하나하나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라는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적절한 순간에 세상이 날 도와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이비 종교 같을 수도 있지만 ‘시크릿’ 같은 책 보면 마음을 다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란 이야기가 있잖아요? 맞는 것 같아요.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불안감도 많이 해소가 되었고, 앞으로도 힘들어 질 수 있겠지만 어떻게든 좋은 일들이 생길거라는 긍정적인 믿음이 생겼습니다.
Q15. 하지만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간이라던지 비용이 계속 소모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막연한 긍정적인 믿음은 독이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 안할 수 없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 같은 경우는 시간제나 기간제식으로 파트타임처럼 학교에서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만약 그림으로 수입이 없다면, 학교일도 하면서 추가로 카페 같은 곳에서 알바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조금 무모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같은 경우는 그만큼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이구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할 거에요. 저 역시 지금도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런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불안하도 초조해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 하고 생각을 전환하려고 해요. 그 시간에 돈을 벌거나 이야기를 더 쓰려고 노력해요.
Q16. 작가로서 규아님을 가장 많이 알릴 수 있었던 채널은 무엇이었나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가끔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근데 SNS는 너무 막연하고 어렵더라고요. 블로그도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여러가지를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출판사를 통해서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이전에 독립출판을 했던 덕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근데 무엇보다도, 저는 제가 즐겁게 홍보를 할 수 있는 방식을 계속해서 시행하려고 해요.
Q17. 규아님의 작업 방식은 어떤 스타일이신가요? 홍상수 감독처럼 즉흥적인 스타일이신지, 봉준호 감독처럼 디테일하게 따지는 스타일이신지 궁금합니다. 또 작가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거장들과 비교되는게 민망하긴 하지만, 굳이 스타일을 따지자면 즉흥적인 스타일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미리 틀을 갖춰서 만드는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세세하게 한 장면, 한 장면을 생각해놓고 그리는 편이고요. 그래서 ‘연필의 고향’ 같은 경우에는 6개월 정도 작업했던 것 같아요. 일러스트와는 다르게 이야기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할 때 호흡이 길어서, 미리 어느정도 틀을 갖춰놓지않으면 작업을 하면서 엉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글로 좀 써놓고, 그 글을 페이지별로 배분을 해서 그에 맞는 그림을 구상을 하고, 구상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저의 강점은 ‘열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일을 좋아하거든요.
Q18. 작품이 중간에 잘 안풀리면 규아님은 어떻게 그 난관을 극복하시나요?
작품이 잘 안풀리면 다른 일에 집중합니다.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는 등 일단은 작품 생각을 멈추고 기분 전환을 해요. 그러고나면 다시 또 작품이 잘 풀리더라고요.
Q19. 작품을 쓰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한테는 이게 굉장히 힘든 점 중에 하난데, 작품에 대한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힘들더라고요. 이야기는 내 안에 있는거고, 이 이야기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놔도 그 사람은 저를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어요. 타인의 도움없이 내가 잘 풀어서 온전하게 표현을 해야하는 한다는 점이 힘들어서, 장편을 쓴 작가분들, 많은 작품을 쓴 작가분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Q20. 작가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제 작품을 읽고 “재밌게 읽었어요, 감동 받았어요.”라고 얘기해주는 순간이 제일로 큰 기쁨인 것 같아요. 고맙고.
Q21.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일러스트레이터, 동화작가가 되나요? 일러스트레이터,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제가 느낀건 정말 정답이 없고, 정해진게 없다는 거에요. 어떻게 이뤄질지 그 가짓수는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중요한 거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내가 그리는 미래에 어떻게 가야하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하는 태도, 마인드가 작가 지망생분들한테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주변 사람들이 내가 하고싶은 것이 이런 것이라는 열정을 보이다보면 어떤 형태로든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Q22. 규아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구인가요? 작가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밥장님이요. 처음엔 강연을 들었는데, 강연이 너무 좋아서 밥장님이 벽화 작업을 하는데 찾아가봐도 돼냐라고 개인적으로 문의드렸었고, 그 때 좀 많이 가까워졌죠. 그리고 제가 살면서 가족을 제외하고 고맙고 존경하는 사람 1순위입니다. 지혜로우시고, 선견지명도 있는데 겸손하셔서 제가 배울 점이 많은 예술가세요.
Q23. ‘취미는 취미로 남겼을 때 가장 즐겁다. 일이 되면 괴롭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이에 대한 규아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그 말 때문에 오기를 갖게 됐어요. 지금은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도, 저는 너무 즐겁습니다.
이 말의 뜻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생각해왔어요. 정말 취미로만 하는게 나을까? 내가 해보지 않아서 자꾸 철없는 생각을 하는걸까? 라는 고민을 해왔는데,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니, 우선 취미와 일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을 했을 때, 취미는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는 거. 취미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크게 누군가의 평가를 받지 않아서 그 일로 상처받을 일이 없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런 것들로부터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일을 정말로 즐긴다는 말의 의미가, 일을 취미처럼 해야된다라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24. 그림, 작품에 대한 영감을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아무래도 지금 제가 구상해둔 이야기들은 교직생활 중에 많이 영감을 얻었던 것들이 주로 많고요. 일상에서도 많이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내가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는 마음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로 좋은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영감을 받으면 증발이 잘 되니까 바로 기록을 해두는 편입니다.
Q25. 규아님의 그림에서 왠지 동심이 느껴지는데요, 학교와 멀어진 지금은 그런 동심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저는 동심있는 그림을 그렸다면, 교직에 있었던 영향도 있었지만 제가 그런 종류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현재로서는 좋아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사람들에게 동심있는 걸로 보여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동화에 국한된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그림이라는 쟝르 안에서 제가 능력이 닿는 대로 할 수 있는거는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Q26. 규아 개인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이야기를 계속 만드는게 가장 큰 계획이죠. 생각해둔 이야기를 모두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한 빨리, 꾸준하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보고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큰 계획이에요.
Q27.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한 마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간절하면 행동을 할 수밖에 없고 행동을 하다보면 좋든 나쁘든 결과가 있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하면 어쨌든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식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