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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월 Jul 29. 2024

프롤로그. 랩으로 입사한 회계팀 사원

랩 실력을 여기서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 시절, 힙합을 알게 된 후로 랩은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엔 가사를 쓰고, 주말엔 연습실과 행사무대를 다녔다.


순간의 감정을 포착하여 줄글로 받아 적는 일.

걸맞은 비트를 선정하여 가사에다 운율을 입히는 일.

빠르게 뛰는 심장을 다독이고 무대에 올라 관객을 환호시키는 일.

그 모든 경험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한 노력이었다.

최대의 힙합 경연장. 쇼미더머니.


가 아닌, 회사 면접장.

"지원자님, 여기서 랩 실력을 보여주실 수 있겠어요?"


보여주느냐 마느냐, 그것을 고민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숙련된 래퍼. 면접에 붙고 싶은 절실한 취준생.

우뇌는 경직되어 있던 나의 몸을 일으켜 세웠고,

동시에 좌뇌는 내가 썼던 수많은 가사 중 면접장에 적절한 곡을 고르고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했다.

선곡 완료. 목소리 일발 장전.

전방에 힘찬 목소리 발사.

"네! 할 수 있습니다!"


랩으로 입사한 회계팀 사원의 이야기.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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