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병 치료에 150만 원 -
최근 12년 동안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코코’)이 피부병이 걸려서 여러 차례 동물 병원을 다녀왔다. 먼저 동네병원을 몇 차례 데려갔는데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인근 2차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곳에서 검사 결과, 면역성이 약해져서 자기 세포를 스스로 공격하는 종류의 피부병이라고 진단을 했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치료 약 등을 주었는데 당일 비용만 80여만 원이 청구되었다. 그것도 수의사가 피검사, X-ray, 초음파, MRI 등 여러 가지 검사를 다 해야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다고 했으나, 평소 동물 병원과 카센터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을 익히 들었던지라 증세와 관련된 최소한 검사만 해달라고 요구를 해서 그나마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만약 수의사 말대로 이것저것 모든 검사를 다 했다면 아마도 족히 2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2차 병원을 방문하고 지금은 상태가 좋아져 동네병원에서 간단한 검사와 약 처방을 받고 치료 중인데 이번에 병원비로만 150여만 원 넘게 지출을 해야 했다. 그러나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니 아직 끝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만 실제 현실이 되기 전까지는 실감을 못한다. 오래전 직장에서 반려견을 키우던 직원이 하루 휴가를 냈다.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반려견이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 왔어요”라고 했다. 키우던 반려견이 나이가 들어 백내장 수술을 시켜줬다는 것이다.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이라 아무런 지식도 없던 상태라 “개도 백내장 수술을 해?”라며 궁금해 물었다. “병원비는 얼마나 들었어?” “60만 원이요” “뭐 60만 원!” 15년 전쯤이니 당시 돈 가치로 따지면 지금보다 훨씬 큰 비용이라 놀랍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돈을 쓰며 반려견 백내장 수술을 해 준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더 놀랐었다.
그러던 내가 이번에 코코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쓴 돈만 150만 원이 넘는다. 그것도 운이 좋아서 그정도였지 만약 내가 요구했던 검사 만으로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고, 부족한 검사로 잘못된 진단을 했거나 치료가 안 되었다면 병을 키웠을 것이고 결국, 피검사 등 선행검사 등을 다시 받게 하는 등 중복 검사와 비용까지 지출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라 부담은 되었지만 이제 단순히 반려동물을 넘어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살리고 봐야지 어쩌겠는가. 그저 건강을 회복해서 잘 뛰어놀고 재롱도 떨며 더 이상의 지출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실제 경험을 해 보니 백내장 수술을 위해 휴가를 내었던 당시 그 직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려면 아이 키우는 만큼 돈이 나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지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병원비 부담이 역시 제일 심각하다. 대부분 집사들이 동물 병원에서 치료비 영수증을 받아 들 때마다 마치 시험 성적표를 받아 드는 수험생처럼 떨리는 마음은 감추지 못하고 예상보다 높은 비용에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반려견에게 백내장 및 녹내장 수술을 해 준 집사가 비용 내역을 공개했는데 검사비 60만 원, 수술비 320만 원이 들었다 한다. 만약 키우던 애완견이 같은 증세를 가졌다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 집사들은 많은 고민을 할 것이고, 어렵게 수술을 결정해도 과잉진료가 아닌지,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비용과 관련, 반대쪽 입장에 있는 안과전문 수의사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요약해 보면, 일단 동물은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되고, 사람은 부분마취 후 20여 분 이내에 수술을 마치는데 동물은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혈액검사, X-ray 등이 선행되어야 하고 수술 자체도 훨씬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동물 병원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에서 가장 잘 정비된 국가 의료보험 제도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경우, 검증 전문기관 등이 있어 진료비가 합리적일 뿐 아니라 의료보험 덕으로 평균 30%의 진료비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반면, 동물 병원의 1회 진료비는 평균 8만 4천 원이라는데 진료비 자체도 비싼 데다가 부가세도 집사가 내야 한다.
반려동물의 경우에도 보험 제도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다. 그마저도 9살 미만의 반려동물만 가입을 할 수 있다니 나같이 노견을 가진 경우는 보험 가입 자체도 불가능하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취약계층 집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반려동물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고도 한다.
아무튼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후 여러 가지 준비 중 병원비 등 지출에 대비한 경제적 대비는 꼭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어릴 때 펫 보험을 들던지 아니면 매달 일정 금액을 적금을 들어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처하여야 한다. 경제적 여력이 안 돼 병원 치료 등 때를 놓치면 병도 키우고 아픈 반려동물을 보는 집사의 정신적 고통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반려동물 집사들에게 병원비가 싼 곳이 착한 병원, 양심 병원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가격만을 판단 요인으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비싼 비용 때문에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거나, 저렴한 약을 쓸 경우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의사의 역량이나, 좋은 장비 및 양질의 서비스 제공 등이 주요 평가요소가 되어야지 가격으로 해당 동물 병원의 평판을 좌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최근 수의사법 개정 및 시행으로 23. 1월부터 동물 병원의 경우 진료비용 게시 및 사전 고지를 의무화 제도를 치료비 등을 게시하고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향후 주요 치료 항목 100여 가지를 표준화한다고도 한다. 또한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사람과 같이 동물도 의료비는 면세를 하도록 하는 법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보완 노력이 동물 병원비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될 수 없다. 전문지식이 없는 집사들 입장에서는 결국 과잉진료 등의 문제를 수의사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즈음 인터넷을 통한 이용후기와 SNS를 활용한 집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터무니없는 비용을 청구하는 동물 병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반려동물 병원비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역시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보살펴 가능하면 동물 병원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 집사로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반려동물 건강을 위한 루틴을 실행해야 할 것이고 아울러 병을 키우기 전에 주기적인 건강검진도 해 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코코의 경우, 그간 가족 모두 집사들로서 코코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먹는 것도 가려주고, 양치도 매일 해주고, 산책도 자주 시키고, 목욕도 주기적으로 시키고, 각종 영양제(심장, 눈, 관절) 등도 먹이고, 몇 년 전부터 관절건강을 위해 계단도 안아서 이동했다. 이제 노견이 되어 병원을 자주 가야겠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그간 병원을 거의 안 갔던 것은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았었을까 위안을 삼아 본다.
마지막으로, 집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동물 병원에 가야 할 때는 주변 집사들의 병원 방문 및 치료경험, 인터넷 이용후기 및 가격비교 등을 확인 후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 방문 시 진료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검사인지, 비용은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용 후 양심과 역량을 갖춘 수의사로서 신뢰가 간다면 주치 수의사로 정해 그 병원을 계속 이용하는 것이 주어진 상황에서 동물 병원비 문제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