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닦으러 가는 곳
세밑이라 더러워진 차를 깨끗이 닦을 요량으로 세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차를 산 지 2년도 안되는지라 차를 아끼는 마음에 주유소에 딸린 자동세차보다는 직접 세차를 하기 위해 셀프세차장으로 갔다.
보통 1~2달에 한 번씩 셀프세차장으로 가면 2~3대 정도를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10개의 세차 부스가 거의 다 채워졌다. 아마 나같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 전 더럽혀진 차를 깨끗이 닦으러 온 차주들이리라.
어릴 때 돌아보면 세밑에 동네 목욕탕이 북적북적하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음력설을 쇠어서 신년의 의미가 크지 않았던 시절임에도 달력의 마지막 날에는 동네 목욕탕이 대목을 보는 날이었다.
탕에 들어가 때가 불 때까지 앉아있은 후 이태리타월로 묶은 때를 피부가 빨개지도록 베껴내고 뽀드득 소리 나는 매끈한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모아두었던 용돈을 털어 마시는 바나나우유는 그 시절 최대 호사였다.
목욕을 해서 몸이, 세차를 해서 차가 깨끗해지면 왠지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은 왜일까?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해 명상이나 기도 등을 하지만 외형적인 것들을 정돈하는 것도 마음을 깨끗이 해주기 때문이리라.
세차를 하다 잠시 쉬며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아끼는 애마를 닦는 표정들이 자못 진지하다. 마치 정성스럽게 한 해 동안 쌓였던 차의 오물을 닦는 것이 마음의 더러운 것들을 닦아내는 수도자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다.
한 시간 넘는 노동으로 차 안팎을 깨끗이 닦고 집으로 향하며 액셀을 밟으니 평소보다 가속이 나며 가뿐하다. 내가 깨끗해진 차와,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도 그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