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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건 Mar 26. 2024

영어수업 및 면접 특강 가는 길에 내리는 눈

고속도로에 눈이 날린다. 고속도로 옆에 있던 산도 눈이 가득 쌓여 있다. 눈이 자동차 유리창에 계속 내려앉는다. 세로로 쭉 벋은 고속도로에 차들이 일렬로 서서 천천히 가고 있다. 석양에 고속도로에 금요일 밤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보고 있다.      


운전은 힘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오늘은 임용 고시 대비해서 영어수업과 영어면접을 강의하러 가는 날이다. 학부생은 4학년이고 초등 교사 임용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평소보다 차가 느리지만 강의실에 무사히 도착했다. 강사 소개를 한다. 첫 시간에 학생에게 신뢰를 얻어야 잘 따라온다. 지도할 자격이 있고 얼마나 경력이 있는지 알려 준다. 영어수업 이론부터 알려 준다. 가장 기본적인 도입, 전개, 정리부터 시작한다. 강의를 90 분하고 다음 시간에는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직접 영어 수업 5분, 영어면접을 짜오라고 한다.


대개 임용고시생은 혼자 보다는 스터디를 한다. 그룹으로 하면 장점이 많은데 정보를 빨리 구할 수 있고 친구 영어수업을 보고 빨리 감을 익힐 수 있다. 혼자 하는 친구는 시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준비할게 많은데 같이 하면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먼저 합격한 선배들의 합격수기를 엮어서 과사무실에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 기출문제 수험서를 구하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준비해 나간다.   두 번째 만남부터는 한 사람당 시험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연을 한다.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은 복수발음을 많이 빼먹는다. Hello, guys를 쓰는 학생도 있다. guys는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이지만 임용교시는 시험이므로 공식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공식용어는 지도서에 사용하는 영어다. 지도서를 보면, Hello, everyone이라고 한다.      


대개 긴장한 탓에 잘 웃지 않는다. 목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합격을 예상할 수 있다. 웃는 학부생은 결과도 합격이다. 그래서 나는 웃으라고 한다. 첫 시간에 써온 대사를 보고 읽는 학부생도 있다. 자신감이 없으면 웃을 수 없다. 자신감은 여러 번 반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영어수업을 많이 해 보고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 생각할 때 웃을 수 있으니까.     

긴장되면 말이 빨라지니까 연습할 때는 0.7배속으로 느리게 하라고 한다. 실전에서 떨 것을 가정했을 때 정상속도로 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임용고시생에게 동작을 크게 하라고 주문한다. 영어는 제스처도 중요하니까. 동작이 커지면 목소리도 커지고, 움츠러든 마음도 커지면서 자기 페이스대로 시연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긴장할수록 큰 소리로 하라고 코치한다. 목소리가 작게 하면 자신감도 줄어든다.     

 

고시생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시연을 잘한다. 여러 번 반복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고 자기 페이스를 찾기 때문이다. 자기 장단점을 어느 정도 파악한다. 꼭 자신이 수업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라고 한다. 혼자 해도 되고, 친구가 있으면 서로 촬영해 주라고 한다.     


발음은 한 달 안에 충분히 고쳐진다. 말하기는 말할 만큼 혀에 근육이 생기게 해 준다. 내가 말할 표현을 미리 적고 그 표현을 100번 읽으면 자연스러운 발음이 생긴다. th발음과 f, v, r 발음만 잘해도 굉장히 발음이 순식간에 좋아진다. 강의시간에 직접 따라 하게 한다. 시연할 때도 부족한 발음은 바로 지적하고 다음 시연 때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피드백을 준다.     


지도한 고시생 중에 대구 수석 합격한 학부생도 있다. 그리고 영어만점 받은 학생도 있다. 가르치는 학생들이 모두 합격하면 좋으련만, 누구는 떨어진다.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합격하리라 믿는다. 봄도 오듯, 자신의 인생에도 합격과 함께 봄이 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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