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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부는 책바람 Nov 14. 2023

예술에 사로잡힌 영혼

[책리뷰]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 민음사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달과 6펜스 p.260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제목 『달과 6펜스』

제목부터 오묘하다.

 그리고 6펜스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전혀 종잡을 수 없다.



책을 완독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목이 상징하는 바를 알 수 있었고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국 출신 작가 서머싯 몸은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파리 주재 영국 대사의 고문변호사였던 아버지로 인해 프랑스에서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린 나이에 양친을 잃은 서머싯 몸은 영국으로 돌아가 숙부의 집에서 성장하게 되고 숙부의 권고로 공인회계사 공부를 한다.

이후 공인회계사의 길을 포기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 의사면허증을 취득하지만 결국 작가의 길을 걷는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 p.69




『달과 6펜스』는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하였지만 작품 내에서는 실제 고갱과의 삶과 작가의 상상력이 어우러져 고갱의 삶과는 다른 측면들도 담겨있다.



주식 중개인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40살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안락한 삶을 뒤로한 채 홀연히 파리로 떠난다.

가족에게 영원히 이별을 고하는 편지 한 장만 달장 남긴 채 사라진 것이다.



무책임하게 처자식을 떠나온 그는 더럽고 허름한 호텔을 전전하면서 그토록 원하던 그림 그리는 것에 몰두한다.

그는 가족의 간청과 주변 인물들의 평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만을 쫓는다.



심지어 그에게 호의를 베풀던 동료 화가의 아내를 취하고 결국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지만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기며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다.



이후 스트릭랜드는 파리를 떠나 타이티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아타라는 원주민 소녀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

아타의 헌신적인 사랑과 타이티 섬의 자연은 그의 작품세계의 새로운 영감이 된다.



스트릭랜드에게는 돈과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가치는 무의미했으며 예술에 대한 광기는 그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동력이 되었고 심지어 문둥병이 걸려 몸이 뭉개지고 장님이 되었어도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망은 더욱 불타올랐다.



스트릭랜드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순간 그의 오두막집 벽과 천장에 자신의 영혼을 담은 최후의 걸작을 완성하지만 그 그림을 모두 불태워 줄 것을 아타에게 유언으로 남기며 숨을 거둔다.







난 과거를 생각하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달과 6펜스 p.112




소설에서 달과 6펜스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가치를 나타낸다.

둘 다 둥글고 은빛으로 빛나는 공통점이 있지만

달은 예술을 향한 광적인 열망과 이상을 6펜스는 물질적인 가치를 대변하는 현실세계를 상징한다.



소설은 현실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스트릭랜드는 화가가 되려는 것보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사랑한다.

그는 예술적 열망을 따르기 위해 안정된 삶을 포기한다.

그랬기에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지만 이러한 어려움들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또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려 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자유로웠고 죽음의 순간 자신의 작품을 모두 불태워 버릴 수 있었다.



스트릭랜드의 삶의 여정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예술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의 행동이 윤리에 반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스트릭랜드처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각자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삶을 선택한다.



결국 을 선택하든 6펜스를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각자의 길에서 자신의 소명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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