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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부는 책바람 Oct 25. 2023

인생은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책리뷰] 변신 / 프란츠 카프카 / 민음사


만약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의 두개골을 주먹질로 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는가?

<프란츠 카프카가 친구인 오스카 폴라크에게 보낸 편지 중>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프란츠 카프카는 문학은 우리 내면의 한계와 고정관념을 깨뜨림으로써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기를 바랐다.



한때는 막히지 않고 술술 잘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만드는 책이 더욱 가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프란츠 카프카의『변신』 역시 그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주인공이 갑자기 벌레로 변하는 이야기는 특이하고 불가사의한 상황이지만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독자에게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이 인간으로서 기능을 잃었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돌이켜보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그 당시 프라하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제국령으로 체코인과 독일인 유대인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카프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중산층이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어느 집단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의 아버지는 권위적인 사업가였으며 세상의 성공을 중요시 여겼던 반면 카프카는 문학과 예술, 철학에 관심이 많은 예민한 사람이었다.

부자간의 이런 가치관 차이는 갈등과 불화를 일으킴으로 카프카의 예민하고 불안한 성격을 더욱 증폭시켰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고압적인 태도에 반발하면서도 인정받고 싶어 했고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한다.

졸업 후 '노동자 재해 공사'에서 법률대리인으로 일을 하면서 열악한 환경과 악조건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접 목도한다.

정체성의 문제, 아버지와의 갈등, 직장에서의 경험들은 카프카의 문학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로 나뉘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려 있었다.

그의 다른 부분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가 눈앞에 맥없이 허위적거리고 있었다.

어찌된 셈일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변신 p9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벌레로 변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

처음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또 원인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해버린 모습에 망연자실해하며 막막함과 절망감이 몰려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어떻게 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서울대 권장도서 중 하나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하고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곱시 십오분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침대를 완전히 떠나야 한다.

여하간 그때까지는 일어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매장에서 내가 어찌된 셈인지 물어보러 누구든 오겠지,

매장은 일곱시 전에 여니까

변신 p.16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생긴 빚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고단한 청춘이다.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 기차를 타고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벌레로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레고르는 자신이 벌레로 변한 모습을 걱정하기보다 출근 기차를 놓친 것에 대한 염려를 더 많이 한다. 어떻게든 다음번 기차를 타고 출근하려는 모습, 만에 하나 결근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궁리한다.

이런 그레고르의 모습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출근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그레고르를 채근하는 가족들은 갑충으로 변해버린 그의 모습에 놀라고 직장 상사는 노동의 가치를 상실한 그레고르의 모습에 업무 태만을 문제 삼으며 해고한다.

억울한 마음에 그레고르는 매니저에게 항변하지만 그의 울부짐은 한낱 동물의 소리에 지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레고르가 해고되자 아버지의 태도는 싸늘하게 변하고 지팡이와 신문지를 이용하여 그를 방안에 가두어버린다.

그런 순간에도 그레고르는 자신보다 가족들의 생계를 염려한다.

이에 반해 그레고르에게 의지해 생활했던 가족들은 이제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고, 집안에서 부리던 사람을 해고하며, 하숙생들을 받는 등 살길을 모색한다.




이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렇게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이런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오빠는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명예롭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변신 p70~71



가족들은 처음에는 그레고르의 변한 모습에 연민의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그레고르를 성가신 해충으로 여긴다.

그레고르는 머지않아 먼지 쌓인 방에서 바짝 마른 몸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레고르의 죽음 앞에서 가족들은 안도해하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교외로 소풍을 간다.







사회적인 지위나 경제력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가치 체계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와 가치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을 하나의 부속품이나 대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여기고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은 아무 쓸모 없는 부류로 취급하며 배제한다.



그레고르는 유능한 세일즈맨이었고 그가 벌어다 준 돈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은 걱정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그가 경제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자 가족들은 그를 집안의 골칫거리로 여긴다.

심지어 그가 죽었을 때 슬픔은 고사하고 일종의 안도감과 함께 해방감을 느낀다.



그레고르는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을 위해 일을 했다.

아무런 불평 없이 충실히 일을 하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이나 보람은 전혀 없다.

단지 가족을 위해 철저히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그런 맹목적인 희생은 그레고르 자신의 선택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한없이 비참해졌던 그레고르는 자신 스스로를 물질의 노예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만약 자신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가족들에게 공유했다면 그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가족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고 난 뒤엔 그가 방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가족들이 그의 방문을 걸어 잠가버린다.



한편으로 그레고르는 여동생이 하고 싶어 하는 음악 공부를 시키기 위해 음악학교에까지 보내려는 계획까지 세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과 자신의 꿈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는다.

퇴근 후 액자를 만드는 일이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벌레로 변한 그를 위해 방안의 가구들이 치워져버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고민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었던 액자만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레고르 잠자는 인간의 모습이었을 때는 자신과 주변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책임감에 치여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을 놓쳐버렸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존재 여부에 개의치 않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는 벌레로 변한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은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레고르처럼 벌레로 변하는 일은 아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기에 매일 같은 일상을 살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서 있는 곳, 보내 여진 자리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감사하며 소망을 갖고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내 안에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존재로서의 나의 가치를 깨닫게 되어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대해 많은 성찰과 배려를 했는지 돌아보게 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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