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오리 Oct 15. 2024

못생긴 입술

너의 입술을 닫아라. 닫는게 더 예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마, 눈썹, 눈, 코, 두 뺨, 턱, 양쪽에 달렸을 귀, 기다란지 짧다란지 알 수 없는 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은 없다, 네가 너를 가리기 위해

써 놓은 별명만 덩그러니 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너의 입술은 못생겼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얼굴로, 이름도 알 수 없는

컴퓨터의 공간 속에서

찌그러진 말을 쓰고, 자국이 남는 날카로운 선으로 

베어버리는 단어를 쓰고, 

학교에서 쓰지 말라고 교육 하던 쌍 시옷의 

거칠음을 내뱉고, 타인의 배고프고 눈물 방울을 

호소하는 사연 글에 배배 꼬여 단맛도 쫄깃함도 없는

꽈배기 같은 비웃음을 토해내는,

너의 입술은 분명히

못 생겼다


입을 닫아라, 너의 입을 닫으면

컴퓨터의 공간 안은 닫아 버린 너의

그나마 예쁜 입으로 인해

평화로워질 것이다


너의 못생긴 입술로 인해 

내 가슴에

가시처럼 날아와 박히던

못난 언어들을 깨부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입술로, 너보다는

못생기지 않은 나의 입술로,

나만의 시를 읊고 싶다


나는 너의 

그 못생긴 입술이 싫은 게 

아니라, 상처가 될 뿐이다

이전 03화 신호등을 지나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