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입술을 닫아라. 닫는게 더 예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마, 눈썹, 눈, 코, 두 뺨, 턱, 양쪽에 달렸을 귀, 기다란지 짧다란지 알 수 없는 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은 없다, 네가 너를 가리기 위해
써 놓은 별명만 덩그러니 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너의 입술은 못생겼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얼굴로, 이름도 알 수 없는
컴퓨터의 공간 속에서
찌그러진 말을 쓰고, 자국이 남는 날카로운 선으로
베어버리는 단어를 쓰고,
학교에서 쓰지 말라고 교육 하던 쌍 시옷의
거칠음을 내뱉고, 타인의 배고프고 눈물 방울을
호소하는 사연 글에 배배 꼬여 단맛도 쫄깃함도 없는
꽈배기 같은 비웃음을 토해내는,
너의 입술은 분명히
못 생겼다
입을 닫아라, 너의 입을 닫으면
컴퓨터의 공간 안은 닫아 버린 너의
그나마 예쁜 입으로 인해
평화로워질 것이다
너의 못생긴 입술로 인해
내 가슴에
가시처럼 날아와 박히던
못난 언어들을 깨부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입술로, 너보다는
못생기지 않은 나의 입술로,
나만의 시를 읊고 싶다
나는 너의
그 못생긴 입술이 싫은 게
아니라, 상처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