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작가의 일요일 라디오 에세이 첫 번째 이야기
11월의 마지막 주말, 잘 보내셨어요?
주말이라 그런지 아들과 늦잠을 자게 됐어요.
아들은 늦게까지 친구들과 통화하며 게임을 하느라 피곤했나봐요. 곤히 잠들어 있는데 깨우질 못하겠더라고요.‘
저는 찬물로 세수하고 창밖부터 내다 봤어요.
11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을 맞아 창밖을 내다보는데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더라고요. 혹시나 해 날씨를 확인했는데 분명히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었는데,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빨간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뿌연 하늘보다는 맑은 하늘이 우리의 기분을 더 개운하게 해 주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저만치 솟아 있는 산봉우리가 조금은 뿌연 안개로 덮여 있는 듯 보이니 기분도, 목도 칼칼해지는 거 같거든요.
우리의 인생도 그런 거 같아요.
안 풀리는 날 보다는 잘 풀리는 날이 되길,
내일 아침이 없었으면 하는 날보다는 내일 아침이 희망의 아침이길,
내가 무능력한 날보다는 내가 나날이 능력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하루하루이길,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멈칫하고 망설이며 굶주리기보다는 여유 있게 먹고 싶은 음식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하루이길,
비를 맞는 날보다는 비를 가려주는 우산을 만나는 날씨이기를,
외롭고 쓸쓸한 생일보다는 그래도 누군가 옆에서 같이 미역국을 먹어 주고 케이크에 불을 켜 주는 생일이기를,
트리도 없는 허전한 크리스마스보다는 백화점 안에 꾸며진 크리스마스트리라도 함개 즐겨주는 사람이 있는 성탄이기를,
화려한 파티까지는 아니어도 따스한 손길을 함께 맞잡고 마무리하는 연말이기를,
그렇잖아요. 어차피 한 번 살아가는 인생 내가 재벌은 아니어도, 내가 성공한 사람은 아니어도, 안개가 가득 낀 것처럼 답답하고 앞이 너무 보이지 않는 그런 인생은 아니길 바라는 게 우리의 바램이니까요.
내일 아침부터는 또 추워진다네요. 추워지면 바람이 차가워지고 미세먼지는 물러 가겠네요. 다시 시작하는 여러분의 월요일 아침도 답답한 미세먼지가 물러간 희망찬 한 주 되실길 바랄게요. 오작가의 라디오 에세이는 다음주 일요일 저녁에 또 만날게요.
모두 힘내시길 바래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