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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꿀맘 Oct 30. 2023

아이 둘, 워킹맘 엄마가 엄마표수학을 하는 이유

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7살인데 엄마표가 가능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던 나는 수학 학원에서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쳤던 적이 있었다. 수업 경력이 길지 않은 초짜 선생이었기에 학원에서는 중위권 아이들을 맡아보라고 하셨다. 첫 수업을 들어간 교실에는 이제 막 초등학생을 벗어난 귀여운 중학교 1학년 아이들 8명이 똘망 똘망 궁금증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미래의 선생님을 꿈꾸던 열정 넘치는 20대였다. 모든 아이들을 낙오 없이 가르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수학이 재미있는 과목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8명이 많은 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들의 수준을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실력이 모자람이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설명이어도 어떤 아이는 찰떡같이 알아듣는 반면 어떤 아이는 몇 번을 설명해 줘도 이해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추가로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추가로 숙제를 내주기도 해 보았지만 모든 아이들의 속도를 맞추는건 역부족이었다. 학원은 주차마다 나가야 하는 커리큘럼이 있었고, 8명의 아이들을 모두 기다려 줄 여유는 없었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던 아이들은 학원에 올 때마다 좌절을 경험했고, 수학이 어렵고 싫어지는 경험을 쌓아갔다.


 아마 아이들마다 맞춤으로 진도를 운영하는 소규모 공부방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학원은 수업을 따라오는 소수의 아이들에 맞춰 수업이 진행된다. 반에서 과반이 넘는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 채, ‘나 이거 배웠어!’, ‘나 이거 알아!’ 하는 마음의 위안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위안이 수학에서는 참 무서운 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정확한 개념 이해 없이 많은 양의 문제를 푸는 방식의 수업으로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학은 계단식 학문이다. 하위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상위 개념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은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지 몰라도 결국엔 무너지고 만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우수수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것 때문이다. 수학은 조금 느리더라도 개념 하나, 하나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요즘에는 곱셈, 나눗셈하는 7살이 참 많다. 혹 대치동에서는 루트를 배우는 7살도 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는 선행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똑똑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아이의 역량에 맞지 않는 선행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나의 첫째 아이는 딱 6개월~1년 정도 수준의 선행을 하고 있다. 사실 선행이라고 할 것도 없다. 두 자리 수 + 한자리 수 덧셈이니 말이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덧셈, 뺄셈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빠른 아이들이 워낙 많다 보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느리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더 탄탄히 기초를 쌓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아이가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한 아이로 크길 바란다. 그리고 수학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아이로 크길 바란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학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수학 학원 강사시절 다짐했었다. 나중에 엄마가 되면,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학원에 보내지 말고 아이의 수준에 맞춰 직접 가르쳐야지! 아이에게 수학이 즐거운 과목이라는 것을 꼭 알려줘야지!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때 내가 한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현재 4살, 7살 아이들을  아이의 속도에 맞춰 엄마표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가끔은 욱하기도 하고 현타가 올 때도 많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함께 하는 수학 시간이 참 즐겁다.


  앞으로 나의 두 아이와 하고 있는 엄마표 수학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워킹맘도 할 수 있고, 아이가 둘이어도 할 수 있다.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엄마의 욕심을 지금보다 조금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엄마표 수학에서 이  점이 가장 어렵다.)   집에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부터 다양한 자료들까지 가득 담아 소개하려 한다. '나는 수포자인데 어떡하지?' 하는 엄마들이 많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수포자 엄마도 할 수 있다. 처음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부터, 연차별로 생겨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같이 풀어낼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표 수학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생겼기를 바라며...

 엄마표 수학,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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