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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윙클 twinkle Feb 12. 2024

주어진 자유인가 쟁취해서 얻은 자유인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어떤 자유든 좋다. 


"엄마~ 내일 몇 시 전철 타야 해?"

"네가 시간 검색해 볼래. 몇 시쯤 나가면 교회에 10시에 도착할까?"


 지금까지 교회는 차를 타고 다녔다. 평일 금요일부터 시작이라 남편도 회사에 있으니 우리는 전철을 타고 가야 했다. 전철에 익숙하지 않은 햇님에게 미션을 주었다.


"엄마는 일이 있어서 사무실 잠깐 들러야 해. 아주 잠깐이니깐 그것까지 고려해서 시간 맞춰 봐. 20분 정도는 필요해."


"엄마, 그럼 8시 25분엔 나가야 해."

"그래 그럼 우리 최대한 일찍 자고 나가자."


일찍 자고 싶은 건 엄마의 마음이다. 전날 줌 수업이 10시 넘어야 마치기 때문에 일찍 자는 것은 애초에 가능치 않았다.


2박 3일이라는 기간에 아이는

 "왜? 2박 3일이야~  1박 2일이면 될 것을."  

이 엄마는 첫 2박 3일 수련회에 그저 감사기도가 나온다. 교회 선생님들께 "2박 3일 엄마의 무거운 짐을 대신 맡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업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다.(아이에겐 절대로 엄마의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 조심 또 조심한다.)


"엄마, 2박 3일이라 가기 싫어."

(안 된다 햇님아~)

 "2박 3일이라 네가 부담되지?"(흔들리는 눈동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공감의 말을 던져 본다.)


"엄마, 친구들도 안 친하고. 친한 친구도 없는데 어떡하지?"

(제발 흔들리지 말아라. 엄마는 네가 가기 싫다고 할까 봐 겁난다. 그래서 신청도 바로 했던 거란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 가니깐 친한 친구가 없지. 당연한 거야. 근데 수련회 가면 친해지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 답해 주기가 너무 힘들단다. 진짜 안 간다고 할까 봐. 무섭다.)


"교회 선생님도 딱 한 번 만났는데 어색해. 안 가면 안 될까?"

(드디어 나오고 말았다. "안 가면 안 될까 " "응, 안돼. 절대. 꼭 가야 해.")


"교회 선생님 한 번 봐서 어색하지? 처음이라 어색하긴 하겠다. 근데 선생님 너무 좋으시던데. 네가 정 가기 싫으면 이야기해. 안 가도 돼."

(아이가 가기 싫다니 어쩌겠는가. 진심이지만... 빈말이다. "그만 말하고 그냥 갔다 와."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게 엄마의 진심이다. 그러나 결과를 알기에 허벅지를 찌르며 진심을 전하지 않았다.)


한참을 같은 말을 반복하던 아이는

 "이제 와서 안 간다고 하면 이상하겠지? 선생님한테 어떻게 말해 그냥 가야지"

(그래 그래~~  오구 오구~~  맞아 맞아~~  속으로 안도의 한숨과 기쁨의 함성을 토해내고 있다.)


"아냐~  네가 진짜 가기 싫으면 말해 줄 수 있어. 잘 생각해 보고 엄마한테 말해. 수련회 갔다가 힘들면 데리러 갈 테니 편하게 가도 돼"

(억지로 하게 하면 모든 것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절대 강요할 수가 없다. 이론으로 알던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나누다 결국 포기해 버릴까 봐 걱정이 되어 난 늘 밀어붙였다. 아이가 깊이 고민할 시간을 단축해 버리고 내 뜻대로 하다 보니 늘 엇나가는 일이 많았다.


햇님의 불안한 마음이 해소되었는지 2박 3일 동안의 짐을 스스로 챙기고 있다.


아침 7시 스스로 기상이라니.(칭찬해) 우리는 계획했던 시간보다 30분 일찍 출발해서 여유롭게 전철을 타고 교회로 향했다.


2박 3일 떨어지는 딸을 시원하게 못 보내는 예비중 엄마는 30분 동안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아이가 혹여나 날 찾을까 봐.(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2박 3일 좋은 추억 쌓고 오길 기도하며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올라탔다.


이제 온전히 나를 위한 자유다. 아이가 안 간다고 할까 봐 거창한 계획도 못 세웠다. 아이를 향해 늘 대기조로 지냈던 시간에 길들여져 있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깨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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