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기 시작한 7월. 남편은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콘서트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20~30대 힘든 상담사 일에 찌들어 있을 때, 싸이월드 도토리로 구입한 노래는 성시경의 노래였다. 요즘도 성시경의 노래를 들으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추억에 퐁당 빠져있게 된다. 성시경의 노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몇 년 전부터 콘서트 예매를 약속했었다.(티켓 예매가 어럽다는 사실 아시죠?) 그 어렵다는 성시경 콘서트 예매를 과연 남편이 할 수 있을 것인지.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혹여나 예매 못했다고 자책할까 봐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티켓 예매 어려 울 수 있으니깐 꼭 성시경 아니어도 콘서트면 다 좋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됐다.곧이곧대로 듣는 남편은 나의 이 말이 뇌리에 꽂혔었던 것 같다. 남편이 내 앞에 놓아둔 봉투는 김종국 콘서트 티켓이었다.(김종국 좋아한다. 근데... 김종국과 성시경은 엄연히 다르다.) 엄청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성시경 콘서트가 아니라 김종국이야?"
"발라드잖아. 비슷하잖아."
"김종국과 성시경은 달라 다르다고"
(두 연예인 모두 좋아한다. 단지, 30대 싸이월드에 걸어 놓았던 그 노래가 좋다. 추억을 더듬어 보고 싶었다.)
우리 남편은 딸 바보다. 티켓 가격이 비싸니 2장만 예매했다며, 운전기사노릇 할 테니 아이랑 같이 가란다. 딸아이 햇님은 런닝맨을 보고 또 보는 광팬이다.(나도 런닝맨 좋아한다.) 결국 이 티켓은 햇님을 위한 티켓이었던 것이다. 김종국 콘서트에 가면 게스트로 런닝맨 멤버 하하 또는 양세찬 중 한 명은 게스트로 나올 거라며. 내가 아닌 햇님에게 자세히 이야기한다. 누구를 위한 콘서트란 말인가. 약속은 나와했건만.
콘서트에서 햇님이 모르는 노래가 나올까 봐 걱정하며, 김종국 노래 리스트를 보내준다. 햇님이 들으라고 딸바보 아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래 나는 김종국 노래 다 안다. 질투는 나지 않는다.
근데 남편 "난 성시경이라고~ 둔한 남편아~ 아니 딸바보야~"
콘서트 가는 날 나에게 설렘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햇님이와 남편의 기분을 생각해서 크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콘서트장에 들어서니 두근거리는 설렘이 구름처럼 몽글몽글 몰려왔다. 응원봉과 굿즈를 사니 뽑기를 할 수 있었다. 웬일로 2등 당첨이라는 행운이 나에게 왔다. 몽글몽글한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선물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2등의 선물을 받았으니, 남편에게 서운했던 마음이야 까짓 껏 날려 버릴 수 있다. 콘서트 장에서 목청껏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응원을 선사했다. 결혼 후 첫 콘서트에 왔기에 숨겨놨던 나의 에너지를 마음껏 꺼내서 발산해야만 했다. 소리를 얼마나 질렀던지~ 목이 많이 아파 며칠을 고생했다.
아픈 목을 부여잡고 남편에게 나직하게 이야기했다.
"콘서트 재밌고 좋았어. 콘서트 갈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근데 그래도 김종국과 성시경은 달라. 남편 제발 그건 알아둬"
남편이 혹시 시샘해서 성시경 콘서트 예매 안 했나?라는 비합리적인 의심도 잠깐 해보았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콘서트라 의미가 있었다. 아마 남편도 이것을 원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 편의 아쉬움은 달래 지지 않았다. 성시경 나오는 예능을 아이에게 많이 보여줘야 예매해 주려나? 성시경 님~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능에 자주 나와주세요.
햇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콘서트가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김종국 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바래요.
김종국 님. 런닝맨 그리고 유튜브 짐종국도 잘 보고 있어요. 진심 팬입니다. 콘서트도 자주 해주세요. 다음에 또 아이와 함께 가겠습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결혼 후 처음 간 콘서트에서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어서 기뻤답니다. 김종국 님 콘서트에 아이와 갔다 온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과 선한 영향력으로 오래오래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