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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May 07. 2024

사회계약론의 장 자크 루소가 걸은 유럽 둘레길과 자연식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년)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다. 사회계약론을 쓴 그는 인간을 선(善)한 존재로 보았다. 철학과 정치는 물론 문학 교육 음악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그는 직접민주주의를 신봉했다. 그의 사상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로 잘 설명된다. 루소는 자연 상태를 이상적인 자유와 평등 사회로 보았다. 그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유 재산, 불평등, 구속 등의 반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쇠사슬에 묶여있다’고 적었다. 현실의 사회 질서는 결코 자연에 기원하지 않고, 인위적인 약속이라는 설명이다. 루소는 인간 불평등의 기원이 전 사회적, 전 도덕적, 전 이성적인 자연인의 상태에서의 이탈 결과임을 주장했다. 문명의 혜택은 사람과 사람을 강제하는 구속의 모습으로, 평등이 깨지는 현상으로 나타남을 말했다. 그는 평등한 사회, 독립적인 인간의 삶은 문명에 찌들지 않은 자연 상태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가 지금 시대를 산다면 스마트폰, 챗GPT, 로봇, 첨단산업, SNS, CCTV 등에 심각한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몇 개의 쇠사슬에 엮인 정도가 아니다. 첨단 사회는 삶 자체가 24시간 감시되고 구속되는 의미도 있다. 그렇기에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외침은 당시보다 지금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이성적이되, 이성적이지 않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모두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이 같은 인간의 복잡다단한 삶에는 그의 주장이 맞지 않는 면도 있다. 생존을 위해 사회를 이루는 인간에게 사유 재산이 존재하지 않는 자연 상태는 애초에 없는 신기루라고 할 수 있다.


모순은 그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교육철학자인 그는 성적 일탈을 하는 바바리맨이기도 했다. 루소는 스위스 제네바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난한 시계공이었고, 어머니는 생후 3일 만에 숨졌다. 엄마가 없는 루소는 여성 가정교사와 침대를 같이 썼다. 꼬마 루소는 가정교사로부터 볼기를 맞을 때 성적 희열을 느꼈다. 19살이 된 청년 루소는 13세 연상 여성의 후원을 받는다. 그녀는 마음의 어머니이자 연인이었다.


혼돈의 관계, 심리적 불편 속에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그는 변질된 사랑에 성 학대증인 마조히즘 성향이 있었다. 그는 노출 행동도 했다. 사춘기 시절에 여성이 있는 곳에서 슬그머니 바지를 내렸고, 성인이 된 뒤에도 같은 행동으로 경찰서에 연행된 바 있다. 그는 현대 정신의학적 시각에서 보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지금 세상에 태어났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것이고, 위대한 철학자의 불명예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강조한 루소의 울림은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강렬하다. 특히 건강 측면에서 당시보다는 지금이 더욱 주목받을 만하다. 그의 걷기 운동과 소박한 식사 습관은 비만인에게는 산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루소는 늘 자연을 걸었다. 사람이 모인 마을도 아니고, 번화한 도심도 아닌 자연을 찾았다. 들판을 산책했고, 숲길을 따라다녔다. 작은 오솔길에서 위안을 얻었다.


루소는 주로 혼자 걸었다.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걸었고, 기분이 좋아서 걸었다. 그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걷는 과정에서 사색했다. 그렇기에 그는 사유를 다리(발)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루소는 유럽의 둘레길 개척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고향 제네바에서 걸었고, 리옹 샹베리 안시 등 프랑스의 여러 도시도 두 발에 의지해 다녔다. 무엇보다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알프스를 도보로 넘었다. 이탈리아 토리노까지 펼쳐진 알프스 둘레길을 개척한 셈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자신에게서 원초적 인간을 찾고자 했다. 생을 마감하는 날에도 산책을 한 루소는 걷기의 양과 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셈이다.


철학자에게 걷기는 두뇌의 생산활동이기도 했다. 뇌는 자극을 받으면 수용작업을 한다. 자극이 적을 때 뇌는 기존에 입력된 정보를 조직화한다. 걷기는 두뇌의 휴식이다. 이때 두뇌는 기존 정보를 조직화한다. 루소에게 걷기는 정보 조직화로 창의적 아이디어의 샘물이 되었던 셈이다.


​루소의 식단도 자연을 닮았다.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찾았고, 천연 식품을 식탁에 올렸다.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채소와 과일, 곡류를 먹었다. 그는 사람의 공력이 들어간 음식은 몸에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생각했다. 소박한 식탁을 원한 루소는 생존에 필수인 빵과 치즈 그리고 기분을 좋게 하는 약간의 포도주를 최고의 상차림으로 여겼다.


루소의 걷기와 자연식품 섭취는 건강 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다. 다만 워킹은 자세가 바를 때 뱃살관리 등의 최고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걸을 때 핸드폰을 보면 상체를 앞으로 숙이게 돼 등이 굽어진다. 산책 때 어깨와 등은 반듯하게 편 상태가 바람직하다. 보폭은 자연스럽게 유지하되 빠르게 걷는 게 좋은 방법이다.


또 자연식은 권장 사항이지만 극단은 피해야 한다, 건강 유지의 핵심은 고른 영양 섭취다. 식물성과 동물성을 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각종 미네랄의 균형 섭취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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