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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주 Nov 18. 2023

돈이 없어서 엉엉 운 23살.

2008년, 너무 착한 내 동생

 부산 좋은강안병원이었다.

계절은 언제였는 지 가물가물하다.


좋은강안병원이 있는 금련산역에서 감전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나는 정말 엉엉 울었다.

그땐 너무 어리고 예쁘던 시절이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난 실연 당한 여자로 보였을 거다. 그 딴 걸로 울지는 않는데 나는...

난 남자 따위로 울지 않아.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날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서 운 거였다.





" 제가 이번 달 월급이 10일인데, 제가 10일에 돈 드린다구요. 먼저 무통주사 놓아주라고요! "

" 하... 안됩니다. 먼저 계산을 하셔야 무통 주사 나갑니다."

" 제가 지금 돈이 없다구요. 근데 제가 돈 꼭 드린다니까요?!!!"

" .... "

" 진짜 미치겠네! 거짓말 아니라구요! "

"...."



" 철휘야 누나가 진짜 미안... 먼저 약 주는 건 안 된대. 누나가 돈이 없어서 진짜 미안하다..."

" 아이다 누나야, 어쩔 수 없지. 일단 참아볼게."

" .... 누나 갈게. 나중에 연락할게. 수술 끝나면 문자해리."

" 어 누나야 연락할게-"


그렇게 환자복을 입은 동생을 뒤로하고 성큼성큼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일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철휘 곁에 있어줄 수도 없었다.

눈물이 터져서 마구 뿜어져 나왔다. 엉엉 울었다. 콧물 눈물 모두 얼굴로 흘렀다.

'내가 저금을 잘했으면 내 동생이 안 아플 텐데. 수술하면 엄청 아프다던데 어떡하지.'

지하철을 타고 감전역까지 가는 그 길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난 덜 울었는데 이미 감전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 출구를 나와서 일하러 가는 길에 눈물을 닦고 일부러 미소를 지어보았다. 운 흔적이 있으면 안 되니까.


 난 신용카드를 몰랐다.

아마 병원 직원은 신용카드 내면 될 걸, 왜 돈 없다고 앞에서 징징거리는지 이해 못 했을 거다.

난 정말 돈이 없었다. 지금 기억으로 그 당시 십자인대 파열 수술의 무통주사가 30만 원인가...? 20만 원인가....? 했었는데 그 당시 난 여윳돈이 10만 원도 없었다. 내가 몇십만 원이 없어서 내 동생이 아플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동안 돈 벌며 한 푼도 모으지 못한 바보 병신이라는 생각에 내 자신이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눈물이 나왔다.



- 누나야, 수술 끝났다. 일 하고 있나? 생각보다 안 아프다. 간호사들이 무통주사 대신에 뭐 안 아픈 약을 주는 거 같다.

- 헉 맞나? 다행이다. ㅜ 처리야 누나가 진짜 미안...

- 아이다 누나야 나도 무서웠는데 막상 수술하고 보니 안 아파서 괜찮다. 일해라.

- 어 처리야 알았어 누나가 미안- 또 연락할게



 그 해 내 동생 철휘는 부사관이 되려고 부사관학과에 진학했었다. 누나와 둘이 사는 형편에 무얼 할까 하다가 직업군인이 되려고 부사관과에 갔다. 학비는 학자금대출로 해결했지만 기숙사비와 용돈은 벌어야 했으니 용돈벌이로 오토바이 배달일을 했었다. 학교에 입학한 첫 해에- 알바를 하다가 사고가 나서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철휘는 아주 상심했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군대를 못 간다고 생각했고 그 사고 이후 바로 학교를 자퇴했다.


우리 남매에게 불행이라는 꼬리표가 아주 그냥 들러붙어서 영원히 갈 것만 같았다.

우리는 왜 자꾸 불행에 불행만 생기는 걸까 생각에 잠길 겨를도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우리 남매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죽도록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나는 꽤 한 동안 계속 저금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 적은 돈을 벌었고, 너무 많은 돈이 생활비로 들었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만들지 않았다.

의지로 만들지 않은 게 아니라, 몰라서 못 만들었다. ㅎㅎㅎㅎㅎ 다행이었지 뭐-



(내 착한 동생 철휘야, 니가 너무 보고 싶네.

너의 그 당시 대사를 기억해 내며 적으니 네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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