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하나로 바뀐 인생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가 될 거야!”
초등학생 때, 우연히 본 요리 프로그램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TV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나는 평소라면 눈길조차 안 줬을 텐데 그날은 홀리기라도 한 듯, 자꾸만 눈길이 갔다. 화면 속에 나오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며 순식간에 매료 되었다.
단지 그들의 화려한 요리 솜씨가 아닌, 요리 하나를 위해 살얼음 같은 현장 주방 속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나도 역경을 딛고 셰프가 되어서 멋지고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고.
당시 나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아이였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가, 의사가 되고 싶었다가, 어느 날은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수시로 하고 싶은 게 바뀌던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6학년 때 이후로, 외식업 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딱히 없다.
우연처럼 발견한 요리 프로그램 하나가,
요리사의 꿈을 품게 하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요리를 사랑하며 외식인의 길을 걷고 있을 줄이야.
요리사가 되겠다는 호기로운 패기와 세계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자신감은 가득했지만, 사실 나의 유년기는 누구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남의 눈치를 많이 봐서 내 의견 하나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 했다.
그야말로 극강의 내향인이었다. 내 의견을 말하는 게 두려워서 뭐든 좋다고 의사 표현을 하고, 거절할 용기가 없어서 애써 좋다고 말하는 착한아이 콤플렉스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낯을 너무 가려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뭐라고? 목소리가 안 들려.”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15년 이상 된 죽마고우가 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지금까지도 회자 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렸을 땐 나랑 통화하면 내 목소리가 안 들려서 몇 번이고 되물어야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내 목소리보다, 수화기 너머로 잡음이 더 잘 들렸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답답했던 내 성격을 절실히 바꾸고 싶었다. 유년기 시절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은 성격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내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하고, 새로운 사람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더이상 내 의견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끙끙 앓지 않는다.
그런 나를 보고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 내게 외향적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내 성격을 사교적이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의 내 성격은 결코 드라마틱하게 한 순간에 바뀌지 않았다.
학창시절 전교생 앞에서 발표를 하는 대회에 나가고,
다수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요리 대회에 출전하고,
프랑스에서 100인 분을 요리해야 하는 행사를 도맡아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성격이 바뀌었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공통점은 에피소드 중심에는 ‘요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요리는 내 인생의 주축을이루는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내향적이고 소심했던 나를 외향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처세술도 배울 수 있었다. 이를테면 나에게 냉랭한 사람과 협력하는 방법이라던가, 첫인상에 호감을 주는 법, 리더로써 가져야 할 전략 등. 다양한 군상을 만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인생 교훈이 많다.
요리를 시작한지 10년이 된 시점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