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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Jan 05. 2024

살아가든 살아지든 지내고 있습니다

정도를 알 수 없는 회복의 코사인 그래프

  지인이 나에게 글쓰기 모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인생이 답답해 글쓰기 모임엘 나가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글 쓰는 목적이 인생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인생이 고단해서였다고. 그렇게라도 털어버려야지, 그렇게라도 배출해야지 될 것 같아서 글쓰기를 하러 모인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은 컨디션이 썩 괜찮다. 내년 휴직도 확정이 되었고, 집단적인 대화는 아직 힘들지만 ‘친한’의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하다. 다 나은 거 아닌가, 휴직의 사유가 소멸된 것은 아닌가 지레 생각하여 보지만 학교로 돌아간 상황을 상상하면 아직도 속이 좋지 않다. 안전기지란 이렇게 위대한 거로구나.


  얼마 전 엄마에게 나의 우울증과 병휴직에 대해 이야기했다. 담담한 투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 봤자 엄마는 다 알겠지. 다 모르면 좋겠지만 내가 말하는 태도만 봐도 엄마는 짐작하셨으리라. 사랑하는 딸이 일 때문에 우울증이 걸렸다면 학교에 찾아가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일 것만 같지만, 그건 우리 아빠 담당이고 엄마는 이 또한 지나가는 일이고 휴직 결정은 잘했다, 좀 쉬어가도 된다. 하고 이야기해 주었다. 정말 엄마랑 내 남편은 참 잘 맞는다.


  새해를 맞이하며 운동을 하기로 했다. 마라톤 10km 코스를 등록했고, 어제는 따릉이로 1시간 운동을 했다. 다이어리도 매일 기록하고 종종 감사일기나 칭찬일기도 적어 본다. 인스타에서 빈번히 마주치는 글씨체 강의도 신청해서 살짝 들었다. 전자책 아이디어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서 적어보고 다음에 엄마네 가면 기타도 도로 가지고 와야지.


  별일이 아닌 일상을 살고 있다. 여전히 눈빛은 또렷하지만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이제는 조금 위안을 받는다. 유명인의 죽음을 전해 들은 이후에 귓속 깊은 곳에서 ’죽고싶다‘를 반복적으로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지만 생활하며 무시할 수 있었다.


  살아간다.


  이렇게 또 살아간다.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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