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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Dec 07. 2023

간호사 다은샘과 특수교사 시옷샘

순간 저 차가 나를 치고 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왜 추천해줘 가지고 하루종일 보면서 울었다. ‘슬프겠다’가 아니라 전부 내 이야기 같아서 그랬을까. 그래, 그 엄마는 장애 가진 엄마고 아빠니까, 그럴 수 있지, 부모라면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지, 내가 도와줘야지, 나 아니면 도와줄 사람도 없고 내가 최선을 다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던 것들이 나를 여기까지 몰았을까.


약을 먹으면 하루종일 정신이 몽롱하다. 눈도 뿌옇고 사물들이 다 이상하게 느껴진다. 나는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았으니까, 저 정도로 심하지는 않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부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약 먹을 정도는 아닌데 언제까지 이렇게 뿌연 삶을 살아야 하나. 그래, 사실 부정하고 있었던 게 맞다. 내가 꾀병을 부리고 싶어서 자꾸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학교 장판 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할까?


간호사 다은샘처럼 나도 우울이 뭔지는 대강은 알고 있다. 내가 가진 게 주요우울인지, 사회적 불안 장애인지, 범불안장애인지 진단명을 빨리 받아서 그 삽화들만 잘 내가 어느 정도 조절하고 둔감화하며 견디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장기화가 되지 않으면 되는 거지. 누구든 그 정도는 견디면서 사니까. 다른 사람한테 민폐 끼치기도 싫고 나 때문인 것도 죄송한 것도 너무나 지겨우니까.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구름이 걷힌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언제, 하지만 정확하게 몇 시, 몇 분?

몇 시간 정도 걸려야? 이번 주 내내? 다음 주까지?

비도 올 건지, 비는 안 오고 계속 흐리기만 한 건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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