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표 영어를 시작합니다.

by 아름다움
김연*님이 **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엄마의 송금 알림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영어 과외비를 보냈다고 하신다.

엄마는 진심이었다.


"나도 영어 수업해 줄 수 있어?"

"당연하지, 그런데 엄마 영어 배우고 싶었어?"

"응, 평생. 영어 못 해서 한이었어."

"진짜? 그럼 진작 말을 하지...!"

지난주 엄마와 밥을 먹다 나눈 대화였다.


입금까지 하신 걸 보니, 바쁘다고 미룰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수업을 시작해야겠다.






따스한 햇살과 찬란한 하늘 덕분에 무조건 나가야 하는 토요일 1시, 엄마와의 첫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집에서 할까 하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좋은 에너지가 있으니 근처 카페에서 하기로 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지나가다 보이는 카페들마다 만석이었다.

자리가 있는지 둘러본 메가 커피숍에 딱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엄마, 여기 자리 있네."

"좋다. 바깥도 훤히 보이고."

"과외비도 넉넉히 받았는데 선생님인 제가 쏘겠습니다."

"제가 정말 기초도 잘 몰라요. 제가 살게요." 하는 오늘의 학생분...^^

"그럼, 제가 아주 친절하게 천천히 다 가르쳐 드릴게요. 뭐 드시겠어요?"

"카모마일 차요."



엄마 카드를 들고 카운터에 가 주문을 했다.

당연히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졌다.

아이스 헛개리카노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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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 마셨다.

커피 맛은 살짝 연한 느낌이었는데 헛개의 은은한 단맛이 마지막에 감돌면서 꽤 맛있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살짝 긴장한 학습자분의 긴장도 풀어주고 편안한 수업을 만들기 위해 영어 이름부터 함께 정해 보기로 했다.

세 가지 후보 중에서 엄마의 최종 픽은, Olivia.

올리브를 좋아하고 평화주의자인 엄마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영어로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았다.

"Good day, Olivia. How are you?"

"I am good."

"그런데 Olivia, 매일 똑같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잖아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I am not feeling well today."라고 말하시면 돼요."

엄마는 'well' 아래에 /웰/이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영어로 안부 인사를 나눈 뒤, 해외여행에서 꼭 필요한 필수 영어 패턴 세 가지를 함께 익혀보았다. 발음이 어려운 단어는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연습해 보았다. 그리고 전체 문장을 천천히 익혀 나갔다.

엄마는 오늘 배운 단어 중 'receipt'와 'refund'가 특히 어렵다며 노트에 별표를 매겼다.

60분의 수업이 금방 지나갔다.


말을 많이 한 엄마와 나는 음료를 한 모금씩 마셨다.

테이블 앞으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엄마, 아빠가 주시는 지원과 사랑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엄마한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행복하다.

오늘은 행복 모먼트!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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