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기쁨

고마운 마음은 손 편지로

by 아름다움

언니는 나를 보면 웃는다.

나만 보면 웃음이 난다고 했다.

언니의 웃음버튼이라서 좋다.


오며 가며 스치듯 눈인사를 나누다 언니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뮤직 복싱 수업을 등록했는데, 그곳에서 다시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뮤직 복싱 수업의 초창기 회원 중 한 명으로, 선생님과 수업 분위기를 늘 세심하게 챙겼다.






언니는 항상 선생님의 커피를 준비해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고, 단체 채팅방과 밴드가 있으니 편하게 들어과 공지 사항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분기별 회식 날짜를 정하고, 단체 회식 장소를 예약하고, 회원들에게 한 번 더 상기시키는 일도 언니는 늘 즐겁게 해냈다.


몇 년을 봐왔지만 한결같았다.

누구 하나 배제하지 않고 두루두루 잘 챙긴다.

특히, 혼자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준다.
수업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고,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다.

운동 수업에서는 오래된 회원들끼리 자리를 맡아두거나 텃세를 부려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 수업은 몇 년 동안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그 중심에는 언니의 역할과 리더십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운동을 하러 가는 길이 즐거웠다.

언니는 분위기를 부드럽고 즐겁게 만드는 데 탁월한 사람이었다.



언니가 잠시 이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운동할 때는 매주 두세 번씩 마주쳤는데, 언니도 나도 뮤직복싱을 그만두다 보니 어느새 몇 달째 보지 못했고, 그 사이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운동을 함께 했던 다른 회원님과 셋이서 송별 점심을 하기로 했다.






나는 모임에서 메뉴를 고르고 식당을 정하는 걸 좋아한다. 음식과 먹는 일, 아름다운 분위기를 사랑하기에 음식점이나 메뉴를 크게 고민하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여러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됐다.

당분간 언니가 이 동네를 떠나니까,
우리 동네 맛집이면서도,
자주 먹던 메뉴가 아닌 조금은 색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태국 음식점을 예약했다.

쌀국수, 팟타이, 뿌팟퐁커리, 쏨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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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메뉴 모두 정말 맛있었고, 조합도 훌륭했다.

우리 셋은 음식들을 싹싹 비웠다.

언니들이 음식과 식당을 정말 만족스러워했다.

뿌듯했다.



식당을 고르는 시간도,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그리고 언니에게 줄 선물과 손 편지를 쓰는 시간도,

설렜다.

즐거웠다.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하루였다.

무엇보다 언니가 손 편지가 감동이었다고 말해줘서 기쁘다.

오늘의 기쁨 모먼트!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