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가 들렸다. 꿍이가 울고 있었다. 세상에 나온 지 180일이 지난 아기 꿍이. 거실에서 누워 있다가 이곳저곳이 궁금했는지 엉금엉금 거실 투어에 나섰다. 거실 한쪽에는 1m 남짓한 2단 선반이 있었다.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선반을 구경하던 꿍이는 아래 칸을 더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문제는 다시 나오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아기가 당황했다. 무섭고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 나오면 될 일인데, 왜 저기서 목이 터져라 울고 있담. 엄마는 설거지하던 장갑을 서둘러 벗어두고, 아이를 안았다. 토닥토닥, 많이 놀랐구나. 꿍이는 울음을 그치고 엄마에게 쏙 안겼다. 울음을 그친 아기를 보자 엄마는 웃음이 난다.
선반에서 나가고 싶어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3년 전, 5년 전, 예전의 모습을 자동으로 띄워주는 어플 덕분에 한 번씩 기억을 떠올리고는 한다. 아이들은 지금도 예쁘지만 꼬물꼬물하던 아기였던 때도,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던 세 살 때도,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다섯 살 때도, 가슴이 간질간질할 만큼 사랑스럽다.
아이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둬서 다행이다. 오늘을 살아내느라 잊고 있었던 예전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 아이 사진 서른 장에 한 번쯤, 아이들과 함께 찍힌 예전 내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 누워서 입을 벌리고 곯아떨어진 내 모습. 펑퍼짐한 옷차림을 한 채 거실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모습. 오랜만에 외출한 날이면 화장을 하고 원피스를 입고 신이 나 있던 모습. 아이들 사진 덕분에 서른둘의 나, 서른다섯의 나를 떠올릴 수 있어서 반갑다.
아이가 어릴 때건 지금이건 늘 예뻤던 것처럼, 나도 내 모습을 자주 찍어둬야겠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잘 기억할 수 있게. 우리 가족의 모습을 자주 남겨둬야겠다. 지금의 우리를 잘 떠올릴 수 있게. 2024년에 가을에 우리가 단풍 구경을 갔고, 비눗방울 놀이를 했지. 아이들이 초코 과자를 먹느라 신이 났고, 아빠와 엄마는 달달한 커피에 만족했었지. 그런 소소한 기억들이 잘 남아 있을 수 있게 오늘을 잘 저장해두고 싶다.
이미지: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