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9: 오늘 산 것
러닝화를 사고 싶었다. 주로 신는 무채색 계열 대신 밝고 쨍한 색감의 가벼운 신발을 신고 달리고 싶었다.
올여름, 사브작사브작 러닝을 시작하면서 관련 용품을 하나씩 모아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달리면서 쓸 수 있는 오픈형 이어폰과 휴대폰을 담을 수 있게 러닝벨트를 샀다. 지금 제일 갖고 싶은 것은 러닝화. 직접 신어보고 사고 싶어서 쇼핑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쇼핑을 할 때는 친구가 중요하다. 필요한 것을 서로에게 추천해 주고, 어울리는지 객관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쇼핑 메이트. 그런 사람이 나에게는 동생이다. 몇 달 만에 만난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신발 매장으로 갔다. 두세 곳을 들러 신어보니 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 처음에는 화사한 색감을 원했는데 착용해 보니 온전히 다 까만색인 러닝화에 마음이 갔다.
이 상품은 지금 재고가 없어요. 원하시면 주문하셔야 해요.
보통은 사흘 내에 택배가 도착하지만 연휴여서 다음 주가 지나야 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당장 신고 뛰고 싶었던 마음이 사르르 가라앉았다. 일주일 넘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다른 매장에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렸다.
모처럼 눈에 들어오는 러닝화를 만났는데 사지 못해서 아쉬우면서도 의외로 미련은 없다. 그 상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꼭 갖고 싶었는데도 말이다.
언니야, 다시 가서 주문하면 어때?온라인도 다 품절이고, 다른 데도 없을 수 있어.
괜찮아, 디자인 골랐으니 다음에 사면 되지.
매일 달리는 것도 아닌데 택배로 받는 대신 매장에서 사서 신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러닝화를 사면 달리기를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서 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니를 챙겨주고 싶은 동생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인지 아쉬움보다는 고마움이 더 컸다. 러닝화는 못 샀지만 대신 저녁에 먹을 간식을 사러 가기로 했다.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맛난 것을 먹을 생각에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다시 즐거워졌다. 자매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깔깔 웃으며 카트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