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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Feb 21. 2024

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완벽한 상대?

알랭 드 보통(2016)

진짜 자기계발, <정답 대신 질문>


안녕하세요. 보통입니다(진짜 아님).


반가워요. 김보통 아니고 알랭 드 보통입니다. 보통 제가 이런 드립을 치면 보통 사람들은 입술 근육 한쪽 살짝 움직여 피식 웃어주기라도 하던데, 꿈쩍도 하지 않는 당신도 보통은 아니군요. 가끔 저에게 이름이 알랭이냐 알랭드냐고 묻는 분도 계시는데, 일단 관심 감사하고요. 제 이름은 알랭드인데(사실 아님) 알랭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한국에서도 친한 사이라면 '홍길동'을 '야, 홍길', '김한영'을 '야, 김한'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면서요? 그러니 절 알랭이라고 부르신다면 친근감의 표시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마이크를 제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게 넘기겠습니다.

유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녕. 난 알랭 드 보통이 2016년에 지어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야. 내용은 내 이름이 스포하고 있어. 연애 앞에는 '낭만적'이라는 미사여구를 붙였으면서, 일상 앞에는 '그 후'가 전부라니. 후, 정말 너무 소름 돋는 스포 아니니? 분명히 컬러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흑백 영화가 상영되는 기분이랄까.


너희도 알다시피 알랭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철학 인문서인지 헷갈리는 책을 잘 쓴다. 나도 그래. 장르는 장편 소설인데 자꾸 알랭이 불쑥불쑥 끼어들어서 개똥철학을 늘어놓아. 궁서체 자막으로 예능에 끼어들어 제7의 멤버로 활약하던 PD처럼 자꾸 끼어드는 게 참 맘에 안 든단 말이야. 게다가 한 문장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길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 같아. 번역가 한영 씨가 고생 많았겠어. 하지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 알랭이가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 아니겠어?


각설하고.


이제부터 커스틴과 라비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두 사람은 협력사 직원으로 만나 낭만적인 연애를 하다가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야. 맞아, 두 사람의 연애는 참 알록달록했어. 접촉, 탐색, 고민, 불안, 설렘, 행복, 기쁨, 연민으로 가득한 연애를 했지. 그래서 두 사람은 결혼했어. 결혼이 연애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결혼은 연애의 완성이 아니라, 낭만적 연애 그 후의 일상이었어. 낭만이 사라진 두 사람의 일상은 마치 윤활유가 부족해 삐걱대는 철제 관절처럼 삐걱대기 시작했지. 그래도 처음엔 좀 괜찮았다. 싸우고 돌아선 뒤에 상대의 잠든 모습을 보면 다시 사랑이 샘솟았으니까. 그런데 싸움이 잦아질수록 두 사람은 서로 이해하기를 포기해. 그리고 라비 이 녀석은 바람까지 피운다. 서양판 사랑과 전쟁이냐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알랭이 틈틈이 끼어들어 우리에게 배경 정보를 제공해. 왜 라비는 화가 나면 토라져 입을 꾹 닫고 커스틴을 투명인간 취급하는지. 다투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히 말하면 상황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두 사람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두 사람의 어린 시절 경험이나 부모님 혹은 또래와의 관계를 들추기도 하고, 심리학이나 교육학적 이론을 끌어오기도 하지.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너 스스로의 경험을 대입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참 좋은 책이지?


아이를 낳고 육아 전쟁까지 치른 두 사람은 16년 만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아. 바로, 세상에 완벽한 상대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놀랍게도 그 순간 서로에게 더 헌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 상대에게 뭔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내가 더 베풀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알랭은 그렇게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 넘어오라고 손짓해.


그럼 여기서 질문.


Q. 주변에서 "난 완벽한 상대와 살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어? 아니면 내가 보기에 "저 사람들은 참 완벽한 상대를 잘 만났어"라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니? 그 사람들의 특징은 어때?

너는 연애/결혼 상대로 완벽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는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어? 너는 상대의 어떤 점까지 존중할 수 있어? 또,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지? 거꾸로 어디까지 존중받고 신뢰받고 싶니?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질문을 곱씹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한 가지 정보를 줄게. 채사장이 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책이 있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내용을 스포한 제목이지만,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반어법을 썼어. 너와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여서 영원히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없다는 내용이거든. 관심 있으면 한번 읽어 봐. 완벽한 상대에 대해 고민하는 데 힌트를 줄 지도 모르니까.


알랭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도 내 이야기를 한 번 읽어봐 주길 바라. 다른 책과는 달리 생각보다 술술 읽히거든. 그리고 상대와 다툰 날, 이상하게 자꾸 날 들춰보게 될 거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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