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정법에 결혼 15년이 지나면 이혼할 때 부부가 모은 재산을 반씩 분할 가능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또 시댁에 끌려 다니자 정말 이번에는 참을 수 없어 이혼서류를 만들어 남편에게 내밀었다. 이때 친자포기각서도 썼다. 어떻게 아이를 포기할 수 있냐고 독한 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마음이 굳어졌다. 이혼을 했냐고. 남편이 이혼 서류를 받고 갑자기 출장을 핑계로 보름 넘게 잠적해버렸다. 그러고는 이혼이 물 건너갔다.
그 남자랑 지금 20년째 같은 집에 살고 있다. 이제 우리 집은 살림이 분리되어 있다. 나는 나의 살림살이를 하고 남편은 시댁의 살림을 맡아 산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분리하니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다. 지금 월급의 대부분은 아이들 양육비로 지출된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정말 하늘이 나를 불쌍히 여겨서인지 늙어서 아이들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내가 철들기 시작하면서 돈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로또로 대박 나서 삶이 확 뒤집어 버리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별로 해 본적이 없다. 큰돈에 대한 명확한 목표는 없었지만, 잔돈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과 사랑은 있었다. 어느 마트가 물건이 100원이라도 더 싼지, 중고시장에 물건이 무엇이 좋은지. 그렇게 돈이 내속에 야금야금 스며들어와 있다. 이젠 이 돈과 좀 더 친해져 잘 쓰고 싶다. 예쁜 색종이에서 좀 더 의미 있는 무엇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