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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빨간 갱년기 Jun 12. 2024

말 할 수 있는 시간 2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연락드렸어요.”

 “네?” 

 말속엔 의아함이 가득하다.

 “작년 수업 때 제 말 끊어주지 않고 들어주셔서요.”

 “그건 다른 분들도 그랬고 쌤한테만 그런거 아닌데. 고맙다니....... 다른 쌤들이 잘 들어주셔서 그게 고맙죠.”

  글쓰기수업 이후 만들어진 모임 근황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T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때 상황이 그런지 몰랐다고 짧은 사과와 해명을 했다. 

 “쌤이 다른 분들과 다르게 절박해보였어요.”

  나는 수업시간을 돌이켜보면 한없이 즐겁고 행복했고 더없이 만족스러웠다.(지금 생각해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 바탕에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깔려 있었는지 나만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다 지나가버린 과거가 그렇게 나의 말목을 붙잡고 내 뇌에 도파민을 폭발시키면서 나는 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구나.


 “와, 벌써 세 시간이 지났어요. 수업시간만큼 얘기 했네요.”

 “벌써요? 앉은 지 몇 분 안 지난 것 같은데....... 저의 얄팍한 마음 하나 얘기해도 될까요?”

  잠시 망설이다가 이런 것 까지 얘기하면 진짜 난 진상인데

 “사실 L쌤도 부르려고 했는데 일하는 시간이랑 맞지 않아서 선생님 만난다는 얘기 하지 않았어요. 근데 L쌤이 오면 내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n분의 1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하는 쪼잔한 생각도 했어요.”


 나는 아직도 말의 도파민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내 말은 언제쯤 되어야 입에서 귀로 넘어갈 수 있을지.

 같이 수업 들었던 K쌤은 수업시간 내내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가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부지런히 놀리는 나의 입이 너무 경박스럽기도 하고 K쌤의 귀가 되고 싶다는 부러움과 질투가 생기기도 했다. 


 다음 모임에 나가며 이번엔 입보다 귀가 먼저 열릴 수 있을까?

 아직도 내속에서 이야기가 용솟음쳐 나오는데.

 글보다 말이 먼저이니 글이 이모양인가보다. 

 나에겐 절제하는 미덕이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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