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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 씨 May 09. 2024

세상에서 제일 쉬운 파스타요리

해장엔 역시 봉골레지..

적당한 음주는 정신건강에 좋다.

내가 집 앞에서 토를 왕창하고 들어와도 술이라는 친구는 나를 가끔 위로해주는 좋은 친구이다.

비록 아침에 끔찍한 숙취를 안겨주긴 하지만 이것은 해장이라는 기술로 속을 게워내면 된다.

낮에 낙지김치죽을 먹었는데(위가 늘어서 그런가 간에 기별도 안 갔다..) 저녁까지 속이 안 풀려 급하게 마트에서 장을 봐왔다. 내 몸이 해장을 급하게 원하는 만큼 자연스레 집어든 게 바로 바지락.

바지락은 끓여 먹으면 거기 나오는 육수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시원함을 안겨준다.

특히 해장할 때 떠먹으면 하늘이 노래질 만큼 뒤집어진 나의 속을 신속히 수혈해 주는 아주 진국인 친구다.

요리 준비는 간단하게

그래서 오늘 준비한 요리는 바로 바지락 해장파스타이다.


바지락해장 파스타

파스타면 200g

좋은 파스타면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파스타면은 가장 지저분해 보이는 친구를 고르시면 됩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파스타면을 알기 전에 파스타라는 요리에 대해 좀 알고 가야 되는데 파스타는 기본적으로 스파게티처럼 졸이듯이 소스를 졸이는 게 아니고 소스를 끓이듯이 조리해 면과 면사이에 흡착을 시키는 요리이다.

쉽게 말하자면 장칼국수나 짜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소스를 어떻게 면과 친해지게끔 만드냐가 제일 중요한데 그것은 파스타면이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전분' 전분기를 적당히 머금은 파스타면일수록 전분이 많이 나오고 면수와 볶아진 기름과 재료들이 함께 만나면서 잘 어울러진다.

그래서 지저분한 파스타면을 고르라고 한 것이다.


눈으로 봤을 때 하얗게 일어난 파스타면이 밀가루맛도 많이 나고 하겠지만은

끓으면서 물에 다 녹아 나오기도 하고 밀가루 맛도 의외로 안 난다. 파스타면이 하얗게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건조를 잘 시켰다는 거고 표면이 거칠다는 뜻이다.

표면이 거칠게 됐을때는 거칠어진 표면사이로 전분이 눈치껏 빠져나오고 그 자리에 맛있는 소스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잘 만든 파스타는 소스가 면에 흡착되어 면에 소스가 딸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짜장면 먹을 때 후루룩 거리는 것처럼


이제 좋은 파스타면을 골랐으면 잘 삶아야 하는데

파스타면을 삶는 법은 쉽다 그냥 뒷면에 설명서를 보고 10분 또는 8분 소금을 한 숟갈 가득 넣고 끓이면 된다.

면을 다 삶지 않고 80프로만 삶고 20프로를 남겨둔 이유는 이 20프로는 소중한 소스에 버무려질 틈을 줘야 되기 때문에 흔히 아는 파스타면에 심지가 씹히는 알단테로 삶는 것이다.


그리고 삶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 파스타면을 넣고 2분 동안 휘휘 저어 주는 것이다.

얘를 정신 못 차릴 만큼 세게 저어주면 전분이 그만큼 빠져나오는데 딱 2분만 저어주면 맑았던 면수가 탁해지고 점도가 살짝 생기는 걸 볼 수 있다.

이제 전분을 야무지게 잘 뺀 면수로 파스타 소스를 끓이면 파스타의 80프로는 거의 끝난 거다.


그렇다면 파스타 소스는 또 어떻게 끓여요?라고 물으실 텐데 그것은 일단 맛있는 기름 그리고 적당한 기름의 양과 물,적당한 불의세기이다. 맛있는 기름이라 하면 마늘도 너무 많지 않고 적당하며 뜨거워진 기름이 마늘향을 가득 머금은 것을 말한다. 기름 내는 건 쉽다.


요리 자체가 애초에 불의 에너지를 이용해 열원으로 재료에 열을 전달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라 진짜 살짝 달궈진 기름에 잘 다져진 마늘을 넣어도 그때부터 요리가 시작된 것이다. 요리가 잘됐다는 시작을 알리는 징조가 적당히 뜨거운 기름에 다진 마늘을 넣으면 얘가 가볍게 떠오르며 거품은 끓으나 볶아지는 소리가 안 난다. 은은하게 끓여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맛난 기름을 뽑았으면 기름과 물의 비율을 생각하며 면수를 넣어야 되는데 주로 파스타의 들어가는 기름의 양은 45ml 총 세 숟갈 들어가는데 이것은 물이 증발하는 것과 감안해서 한국자 딱 넣으면 면수(전분물)와 기름이 유화가 잘된다.

그리고 기름과 면수가 유화가 안돼서 가끔 분리가 일어나는데 이것은 면수가 들어갔을 때 빗소리가 나는 정도인 불의세기로 잡으면 된다. 말로는 중약불이라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불조절 하는 게 감을 잡기가 힘들다. 나는 그래서 소리로 듣고 불조절을 한다.


이제 파스타면과 기름 면수가 들어갔으면은 유화가 되게끔 잘 저어주고 마지막에 만테까레라는 기술을 사용하면 된다. 이기술은 면을 위로 올리면서 공기와 마찰을 시켜 공기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소스를 제대로 흡착시키는 것을 말한다. 제빵 할 때 휘핑기로 공기를 주입시켜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래서 계속 공기와 마찰을 시키면 크리미 한 소스가 나오는데 이때 아까 말했던 되게 맛있는 소리가 난다.


바지락 200g


편마늘 한 줌

마늘은 통으로 쓰면 되지 왜 굳이 편마늘을 써요?라고 하면 마늘은 철분과 만나면 화학작용을 일으켜 되게 맛있는 성분이 나온다 마늘을 썰었을 때 진득한 향이 나면서 코를 자극시키는데 이것이 화학작용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다진 마늘 한 숟갈

편마늘이 들어갔지만은 편마늘로는 솔직히 기름을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마늘을 가루형태로 만든 다진 마늘을 넣어 소스와 어울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다진 양파 두 숟갈

맛있는 단맛을 낼 때, 달콤한 감칠맛을 낼 때는 양퍄 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 양파는 볶으면 볶을수록 엄청 맛있는 단맛이 나는데 이것이 물에 끓여지면 수프로 먹어도 될 만큼 맛있는 단맛이 난다.


고춧가루 반숟갈

나의 뒤집어진 속을 달래줄 칼칼함.. 그리고 한국인의 두 번째 맛

이것은 저번에 말씀드렸던 두 번째 법칙과 연관이 있는데 저번에 말했던 두 번째 법칙이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소스.. 소스란 양념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이 양념은 개발하자면 끊임없이 나온다. 부추오일을 이용해서 섞어 만들면 부추양념장이 되고. 굳이 기름을 안 쓰고 고추장에 산초가루를 넣어서 시원함과 알싸함을 추가시키면 그것도 그 집만의 집고추장이 되듯이 이미 나와있는 재료에 국한되어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저번에 말했던 거처럼 과감하게 하고 또 자유롭게 해야 한다. 먹고 싶은 거 다 넣어보고 버터(고소함)와 고추장(매운맛, 짠맛) 마늘(감칠맛) 꿀(단맛)을 넣어 고추장버터를 만들듯이 이 소스라는 것은 생각하는 대로 다 나오기 때문에 만들어진 레시피에 국한되면 안 된다. 뭔가 딱 먹었는데 망했다 싶다가도 맛있으면 그것은 성공한 거다 맛의 조화는 이미 찾았고, 과하게 들어간 걸 찾아서 줄이면 되니까


고추장 한 숟갈

재료에 '장'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재료는 뭐든 소스로 활용하면 된다. 수분기가 있는 음식에 넣으면 조화롭게 잘 섞여서 새로운 맛을 낸다.


토마토홀 200g

얘는 토마토소스 대신 끓여 쓰는 친구인데 확실히 시판 소스보다는 토마토맛이 신선하게 잘 난다. 이태리가 온 느낌을 받고 싶으면 적극 추천한다.


오늘은 파스타 얘기로 글을 길게 썼는데.. 양식 요리 자체가 음식의 퀄리티를 잡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쓸게 계속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ㅎㅎ.. 파스타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 그게 양식만의 매력인 거 같아요 모든 요리가 신경 쓰는 만큼 맛있게 나오지만은 양식은 특히 더 차이가 나거든요ㅎㅎ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에 요리 관련해서 글 썼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도 놀랬어요 브런치에서 이것저것 글 쓰고 열심히 요리하며 계속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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