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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Apr 28. 2024

체코 여행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지구촌 나라들 63개국 중 28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지구촌 나라들

63개국 중 28번째 나라체코 (14년 7)     


아이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된 뒤로 모처럼 온 가족이 동유럽 3개국을 자유 여행을 하였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 두 아이가 먼저 서유럽 배낭여행을 떠났고, 아빠는 정기 휴가를 이용해서 체코의 프라하에서 만나서 프라하, 비엔나, 부다페스트를 함께 여행하였다.    

  

구시가지 광장

한국이 아닌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 카페에서 가족과의 상봉은 색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아내와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 UAE의 두바이 공항 등에서 종종 만나서 함께 여행을 하였지만 온가족이 함께 해외의 어느 도시의 카페에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구시가지 광장


구시가지 광장 카페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휴가 때 잠깐씩 한국에서 만나다가 가족이 해외에서 만나 함께 보내게 되니 그 의미가 색달랐고, 기쁨이 더 컸다. 

그리고 이제는 다 큰 아이들이 오히려 여행의 명소나 맛집은 물론 교통편도 잘 잡아 주니 여지껏 아빠가 준비하고 안내해 가던 여행의 흐름을 아이들 주도로 바꾸게 되어 더욱 뿌듯하였고, 아이들과 역할 분담을 하니까 마치 패키지 여행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출가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자주 이런 기회를 갖고 싶다.      

동유럽의 여름은 해가 무척 길어서 석양 무렵 이후 야경 사진을 찍으려면 밤 10시는 되어야 하니 상대적으로 하루의 여행시간도 매우 여유가 있다. 오히려 낮잠 한숨 자두면서 뜨거운 시간을 피하는 요령까지 생기게 되었다. 물론 패키지 여행이 아니고 자유 여행이다보니 이런 융통성이 생기는 장점이기도 하다.     

카를교

리야드에서 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에어 프랑스 항공을 이용해서 리야드를 출발해서 파리 드골 공항을 경유해서 프라하로 들어갔다. 리야드에서 파리까지는 6시간 30분, 파리에서 프라하까지는 1시간 45분이 소요되었다. 

프라하 성과 프라하 시내 전경

뭄바이나 두바이에서 근무할 때도 그랬듯이 리야드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에 비해 절반 정도의 거리라서 여행하기에는 유리하였다.      

   

다녀온 해외 여행지 지도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도시로 단연 프라하가 순위에 꼽힌다. 사람들이 프라하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파격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고, 음식이 맛있고, 프라하 성과 카렐교로 대표되는 로맨틱한 풍경 때문이다.      

프라하는 체코의 수도로,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어 있다. 유럽에서 중세 유럽의 느낌이 가장 잘 보존된 보석같은 도시이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냥 건너기보다는 왠지 한동안 머물면서 그곳에서의 풍경을 즐기고 싶어지는 다리들이 있다. 

카를교

사람과 사람, 땅과 땅을 이어주는 원래 다리의 기능보다는 명소로 바뀌어 버린 다리들로는 르네상스의 출발지인 피렌체에 있는 베키오 다리가 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났던 낭만의 다리이다.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 다리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무대로 유명해 졌고, 그 이후 연인들의 다리로 별칭을 얻게 되었다.

카를교

프라하에 있는 카를교가 그런 다리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공연장이 되고, 테라스가 되고, 연인들의 약속의 장소, 놀이터, 갤러리가 되어 수많은 사연과 감정들이 흐르고 있는 건너고 싶기보다는 머물고 싶은 다리들이다.     

카를교는 30개의 성인상이 볼거리이기도 하지만, 다리라기보다는 공연장이고, 화가들을 위한 갤러리이고, 수많은 여행객들과 눈웃음을 나누며 금방이라도 연인이 될 것 같은 다리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 기분 좋은 그런 곳이다.     

카를교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블타바 강 서쪽의 왕성과 동쪽의 상인 거주지를 잇는 최초의 다리로 보헤미아왕 까를 4세 때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이 이름이 생겼다. 후에 양쪽 난간부에 상인들의 석상을 세웠고, 다리 양쪽에는 탑이 있고 양쪽 탑 사이의 다리 길이는 약 500m 정도 되는데 언제나 북적이는 프라하의 명소이다. 

특히 카를교에서 바라다보는 프라하 성의 야경은 포르투갈 포르투의 빌라노바드가이아와 도루강가 야경이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언덕에서 바라다 본 야경 못지않게 매우 아름다웠다.      

카를교에서 바다다 본 프라하 성 야경

해가 있을 때 걷는 프라하가 신기하고 재미난 볼거리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라면, 밤에 걷는 프라하는 인생과 예술을 생각하게 만든다. 멀리 조명을 받아 빛나는 프라하성의 야경은 이번 여행의 잊지 못할 한 페이지가 되었고, 젊거나 혹은 나이든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낭만을 이야기하는 카렐교의 밤 풍경은 다음 에 꼭 다시 찾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를교 야경

프라하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가족이 자유롭게 골목을 누비며 다니고 있노라니 그동안 아이들을 혼자 키우면서 고생했을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잘 성장해 준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 구시가지는 카를교 탑에서 화약탑까지 이어지는 지역으로체코 역사 그대로를 간직한 구시가 광장, 천문시계 탑으로 유명한 구 시청사,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첨탑을 가진 틴성당, 구시가와 신시가의 경계가 되는 화약탑, 바츨라프 광장, 그리고 프라하 성까지 모두 도보로 다니기에 알맞은 규모이다.      

프라하를 찾은 사람들은 600년이 넘은 낡고 커다란 시계 앞에서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구시청사 외벽에 걸린 천문시계가 매시 정각 20초 정도 신기하고 놀라운 움직임을 보게 된다. 

구시가지 시계탑

정각이 되면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 인형이 종을 치고, 두 개의 창문에서 12사도가 등장한다. 돈에 혈안이 되어 지갑을 움켜쥔 유태인과 음악을 사랑하는 터키 사람, 허영에 빠져 거울을 보는 자의 인형도 등장해서 이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20초간의 쇼는 마무리되는데 마치 벨기에 브뤼셀에서의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 앞처럼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아 두는 명소이다. 

     

프라하를 나타내는 사진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프라하의 상징 프라하성은 1918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쓰기 시작하였으며, 성의 일부는 지금도 대통령 집무실과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프라하성은 하나의 성이라기 보다는 여러 부속 건물들이 모여 이루어진 왕궁 지구라고 볼 수 있다.       

프라하 성 내에는 짧고 좁은 길에 인형의 집처럼 알록달록하고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황금소로가 있다.

황금소로 22번 집 앞

처음 이곳은 금박 장인들이 거주하던 판자집들이 있던 곳이지만 16세기에 들어와 성을 지키는 포병의 숙소로 바뀌면서 성벽에 붙박이로 지어졌다. 1세기가 지난 17세기 루돌프 2세 때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사와 과학자들이 살았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인 황금소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1950년까지 이곳엔 시민들이 살았지만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에는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금은 집집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들어서 있고 집과 붙어 있는 성벽에는 갑옷과 무기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황금소로 무기 박물관

20세기엔 많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이곳에 살았는데 대표적인 작가로는 노벨상 수상자였던 시인 야로슬라브 사페르트가 이곳에서 태어나기도 했으며,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1916년 11월부터 1917년 5월까지 막내 여동생이 살고 있던 22번지에서 함께 살며 글을 썼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벽에 No. 22라고 쓰여진 이 집은 황금소로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집이다.     


우리가 상봉했던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60미터의 폭에 길이가 자그마치 750미터나 되기 때문에 광장이라기보다는 파리 샹젤리제와 같은 번화한 대로의 느낌이 든다. 가운데 녹지를 경계로 차도와 인도가 나뉘어 있는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 중앙 광장이 그렇듯, 이 곳도 프라하의 역사를 가득 담고 있다.      

구시가지 광장 야경

포도밭이 있는 언덕길을 따라 카를교를 포함한 프라하의 빨간 지붕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페트리진 언덕에 올랐다. 도시의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포도 넝쿨을 볼 수 있는 낭만적인 언덕길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구시가지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내려다보는 한적한 산책과 멋진 낭만을 선사하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크로아티아의 드브로브니크와 같은 빨간색의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지만 프라하는 카를교과 프라하 성이 어울어져 훨씬 조화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프라하 시내

프라하 역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하면서 아쉬운 프라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프라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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