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숫자만큼 돌아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52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52번째 나라
방글라데시 (20년 3월 ~ 22년 2월)
20년 3월부터 22년 2월까지 2년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생활하였다. 방글라데시는 그동안 근무하였던 해외 8개 나라 중에 가장 빈곤한 나라였다. 그럼에도 교민 커뮤니티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교민사회와 가장 많은 교류가 있었던 나라이다. 인도 뭄바이에서 6년 반 동안 생활하였지만 한인회장은 잠시 거쳐가는 주재원들이 맡을 정도로 한인회의 인원이 많지 않았으나 방글라데시는 30년 이상 정착해서 살고 있는 한인들이 많아서 한인회가 가장 잘 활동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한나라이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섬유산업이 발달되어 있어서 이 분야와 관련된 교민들이 많은 편이다.
다카에 근무하면서 한인회장이 현장에 방문해서 현장 식당에서 식사도 함께하였고, 휴일에 다카 시내 골프장에서 한인회 분들과 마주치면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로 방글라데시 한인회와는 가까이 지냈다.
게다가 방글라데시에는 한국인 선교사 내외가 30년째 운영하는 농장이 있어서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이 이 농장에서 공급하는 야채, 육류 등을 공급받고 있다. 묵다가차 농장에서는 방글라데시 현지인들을 활용해서 가축을 키우고, 온갖 종류의 야채를 재배한다. 선교사님과 한인들 간의 카톡 단톡방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2회 주문을 받아서 각 가정의 집까지 온갖 종류의 신선한 야채와 쌀, 육류 등을 배달해 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 팬데믹 때에도 한인회는 본국으로 일시 귀국하기를 원하는 교민들과 주재원들을 위한 비정기 전세기 운항에 힘을 썼고, 대사관과 긴밀한 협력하에 교민사회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보여줬었다. 이런 한인회의 노력 덕분에 전세기 편을 이용해서 정기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 처음 도착해서 사람이 페달을 밟아 운행하는 릭샤를 보면서 낙후된 문물에 대해 놀랍기도 하였고,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인도에서는 오토 릭샤가 골목을 누비고 다니면서 교통 체증과 소음을 유발하는데 짜증이 났었는데 방글라데시는 자전거를 개조해서 만든 인력거가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의 릭샤는 인력거의 일종으로, 세 바퀴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로 도심 지역에서 이용되며,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로, 그 수가 수백만 대까지 이른다. 이러한 릭샤는 저소득층의 이동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2년 동안 다카의 굴산 지구 아파트에서 살았다. 방글라데시는 우리의 70년대 이전 수준으로 빈곤한 나라이지만 다행이도 수도 다카의 굴산 지구는 가장 현대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고, 선진 도시와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생활에 필요한 최신의 편의시설들을 갖추고 있어서 오히려 인도의 뭄바이에서 생활할 때보다 편리하였다.
굴산 지구는 대사관 및 외교 기관들이 위치한 지구라서 다양한 외교 기관과 대사관, 협회 및 비즈니스 기관 등이 위치하고, 현대적인 건물과 시설을 갖추고, 많은 국제적인 무역 및 비즈니스 관련 행사와 박람회가 열리는 중요한 장소이다. 또한, 다양한 레스토랑, 바, 클럽, 호텔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쇼핑몰, 슈퍼마켓 등의 상업 시설이 많아 방글라데시의 주요 인사들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다카에는 미국, 영국, 노르웨이,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운영하는 클럽이 있다. 이곳에서 주로 테니스코트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바가 있어서 운동 후에 주류를 곁들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클럽들이 문을 닫았으나 무슨 일인지 독일 클럽은 계속 운영을 해서 주로 독일 클럽에서 테니스를 치면서 여가 생활을 하였다.
다카에는 시내에 골프장이 2개가 있어서 주말에 이용하기 매우 편리하였다. 방글라데시는 골프 인구가 많지 않아서 선착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 예약을 하지 않고 곧바로 골프클럽으로 찾아가면 앞에 2~3팀 정도를 기다리면 바로 라운딩을 할 수가 있다. 카트도 있으나 1인 1캐디로 캐디가 골프백을 캐리하면서 걸어서 라운딩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 운동을 겸한 리프레쉬가 되었다.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만 2년 동안 근무하는 기간이 정확하게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겹쳐지는 기간이라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았다. 공공 차량 운행 금지와 셛다운 조치로 외부 식당과 대중교통, 정기 항공편 등이 멈췄다. 현지인들 틈에 끼어 어렵사리 코로나 백신 1차, 2차 접종을 받았고, 매주 2회씩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에어 엠블런스와 비상 병실을 확보하는 등의 회사 차원의 비상 조치도 있었고, 정기 휴가 때에는 전세기가 운용 될 때에 한해서 휴가를 다녀와야 했고, 후진국에서 귀국한 이유로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를 해야 했었다.
방글라데시 다카는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의 미세먼지 현황을 알려주는 ‘AirVisual 현황판’에 늘 오염지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 타이틀을 갖고 있다. 겨울철에는 인도 델리에 가끔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하지만, 미세먼지 수치가 300이 넘는 날이 대부분이다. 특히, 벽돌 공장이 대기 오염의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방글라데시에는 약 7,000개의 벽돌 공장이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오래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대기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다카에서 2년 동안 극심한 공기 오염에 늘 시달려야 했었다. 오히려 코비드 셛 다운으로 공장 폐쇄와 공공 차량의 운행정지로 잠시 미세먼지가 덜했었다.
몬순 시즌이 임박하기 바로 전에는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저녁에 전자 모기채를 켜고 하늘에 휘져으면 모기 채에 부딪치면서 일으키는 불꽃들이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고, 승용차를 탈 때에 차 문을 여는 사이에 한꺼번에 모기들이 차 안으로 몰려 들어와서 차 안에서 집으로 가면서 전자 모기 채로 계속 모기를 잡아야 했던 암울한 기억이 난다.
삼성물산에서의 30년 근무 기간 중 23년 해외 생활을 청산하는 마지막 2년 동안의 방글라데시에서의 생활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