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한 스컹크 Aug 03. 2024

캐나다 생활 10년 차

좋아 보이던 것들이 불편해지다-2

3. 부모의 픽드롭(PIck-up and Drop-off)

미드를 보면 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학교에서 끝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집에 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게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Kidnap(납치)이 있는 나라이다 보니 부모가 아이들을 직접 캐어해야 한다.

학원이라는 개념도 별로 없어서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주로 간다.

아니면 부모가 아이를 픽업해서 배우는 장소로 간다.

부모는 아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학원버스가 있지 않지만 한국인 비율이 높은 학교에는 가끔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보편적이지는 않다.

무조건 부모가 픽업해서 다음 스케줄로 이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온 엄마가 한국은 아이가 학교가 끝나면 학원버스가 데리고 가서

수영을 가르치고 수영이 끝나면 선생님들이 목욕까지 시켜서

집 앞에까지 학원버스로 태워다 준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경악했다.


부모의 픽드롭이 당연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웬만하면 이해해 준다.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데이케어나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아이를 빨리 픽업해야 하거나,

아이를 픽업한다는 이유로 회사에 눈치 보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발이 묶여있다 보니 솔직히 힘들고 귀찮다.


4. 영어

나는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다.

나는 내가 영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영어가 잘 늘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며 단어와 문법도 같이 낳았나 보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와 같이 영어실력이 늘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착각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하루에 10개라도 영어단어를 외워보자,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보자 하지만,

조급한 내 마음과는 달리 영어실력은 늘지 않는다.

아이가 커가며 아이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든지

아이들의 부모와 이야기를 하거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영어의 한계에 매일 부딪히고,

지금도 이불킥을 날리는 상황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벌어진다.

말을 할 때마다 영어발음이나 문법을 지적하는 딸 덕분에

자존감이 바닥에서 올라올 줄 모른다.


가끔 위험한 상황이거나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나는 사나운 사냥개가 된다.

영어를 못 해도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일단 소리를 지르고 달려들고 본다.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이젠 나도 모르겠다.


영어를 늘리는 방법은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외국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나처럼 학교는 졸업했지만 한국인들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면

영어는 늘 수 없고 육아를 하면서 집에 있다 보면 영어는 더 멀어진다.

아무리 커뮤니티센터를 아이와 다니고 영어책을 읽어도 한계가 있다.

영어는 늘릴 수 있을 때 바짝 늘려놔야 한다.


5. 건식 화장실

한국에서 화나는 순간은

외출준비를 다 마치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가다

젖어있는 슬리퍼에 양말이 젖는 순간이 아닐까.


항상 화장실 바닥은 미끄러워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서 다치곤 했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좋았던 건 화장실이다.

맨발이나 양말만 신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미끄러움이 없다.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할 수 있다.


캐나다는 배수가 화장실 바닥에 없다.

이건 집이나 밖의 화장실이나 비슷하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샤워를 할 때 샤워커튼을 잘 이용해서

밖으로 물이 넘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30년 전 정도에 처음으로 캐나다에 온 한국인들은

화장실 바닥 가장자리에 길게 있는 히터 나오는 구멍을

배수구로 착각해 한국처럼 물청소를 하고 히터기에 물을 다 흘려보내서

많이 고장 내는 실수를 했었다.


주부가 되고 나니 이런 건식 화장실이 가끔은 불편하다.

이유는,

시원하게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기를 라이솔 물티슈로 닦고,

세면대, 거울 등도 물티슈로 닦고

바닥도 화장실용 걸레로 닦으면 끝이다.


그런데 가끔은 한국처럼

비누거품을 내서 변기를 여기저기 깨끗하게 닦아서

샤워기로 "쏴"하고 물을 뿌려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엄마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화장실 청소방식을 그리워한다.


6. 주급

캐나다는 2주 단위로 주급을 받는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주급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월급을 받을 때 한 달이 길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 한 번이 너무나 소중했다.


2주 단위로 돈을 받으니 쪼들림은 덜 한 것 같다.

한국과 같은 돈을 받아도 2번 받는다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일까.


대신, 할부도 2주 단위로 낸다.

자동차를 구매해도 이자나 할부금은 2주 단위로 내야 하니 돈 계산을 헷갈리지 말고 잘해야 한다.

가전제품이나 비싼 옷 등을 구매할 경우에도 이 돈이 2주로 나가는 돈인지

4주 단위로 나가는 돈인지 잘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한국사람들은 할부를 당연하게 한 달에 한번 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캐나다 사람들은 당연하게 2주에 한 번씩,

즉 한 달에 두 번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Biweekly라고 설명을 안 해주는 경우도 많다.

내가 항상 잘 챙겨야 한다.


모든 회사가 주급으로 주는 것은 아니다.

한인회사는 월급으로 주는 곳도 있다.

되도록 한인회사는 가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생활 10년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